"다 안고 가려고 했던 것 같다" 위험한 지병에도 '캡틴'은 핑계없이 완주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1.18 18: 02

“그게 (민)병헌이 형 스타일인 것 같다. 다 안고 가려고 했던 것 같다.”
롯데는 18일, “외야수 민병헌이 뇌동맥류 수술을 받는다. 민병헌은 지난 2019년 뇌동맥류를 발견 한 뒤, 서울대병원에서의 정기 검진을 통해 경과를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왔다”면서 “최근 검진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병원 측의 소견에 따라 오는 22일 서울대병원에서 뇌동맥류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병헌의 뇌동맥류 이상은 지난 2019시즌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발견됐다. 뇌출혈로 유명을 달리한 민병헌의 부친으로 가족력이 확인됐고 덕분에 두통을 앓은 뒤 정밀 검진에서 조기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부산과 서울을 오가면서 주기적으로 검진과 주사 치료를 받았다. 2019시즌까지는 큰 문제 없이 시즌을 소화했다.

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2회초 2사 2루 상황 롯데 정훈의 내야 안타 때 상대 실책을 틈타 득점에 성공한 롯데 민병헌이 더그아웃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그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르는 혈관 질환. 뇌출혈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지병이다. 민병헌은 “지난해 뇌동맥류 발견 부위가 좀 더 커졌다고 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다고 하더라”며 수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부진, 그리고 2군행 자청 모두 뇌동맥류 질환이 좀 더 악화된 영향이라고 확인이 됐다. 당시에는 민병헌 스스로도 함구했고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자신의 부진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민병헌은 끝까지 말을 아꼈다. 결국 시즌 후 정밀 검사를 받고 수술 날짜가 확정된 뒤에야 병명을 공개했다. 
지난해 주장을 맡으면서 찾아온 부담감, 그리고 성적 부진 모두 지병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병헌은 “주장을 맡고 부진해서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갖고 있던 것이 커진 것이다”고 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이유였지만 민병헌은 부진에 핑계를 대지 않았고 끝까지 안고 있었다.
민병헌의 책임감은 그만큼 투철했고 시즌을 완주했다. 자신이 부진했고 이전과 달리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지만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고 형들을 격려하는 주장 본연의 역할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민병헌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그를 지켜본 주위의 생각이다. 민병헌의 질환을 알고 있었던 한 후배 선수는 “부진의 이유에 대해 말들이 많았지만 외부에 말을 안 한 것도 병헌이 형의 스타일인 것 같다. 다 안고 가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민병헌의 책임감을 귀띔했다.
민병헌의 복귀 시기는 가늠하기 힘들다. 뼈나 근육, 인대 등 운동과 관련한 부위의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복귀 시점을 짐작할 수 없다. 다만 민병헌은 스스로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밝게 생각을 하려고 한다. 최대한 빨리 건강하게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롯데 관계자도 “일단 민병헌 선수가 건강하게 복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말하며 쾌유를 기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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