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출전시간을 줄여준 겁니다”
여자프로농구 최고령선수 한채진(37, 신한은행)이 경기당 37분 53초를 뛰는 비결은 무엇일까. 올 시즌 한채진은 11.4점, 5.2리바운드, 3.0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8.6%를 기록하며 신한은행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출전시간은 8년 만에 가장 많다. 여자농구 최고령 선수가 이렇게 많이 뛰는 것이 ‘혹사’가 아니냐는 말도 있다.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의 설명은 다르다. 정 감독은 “한채진이 나이는 많지만 가장 잘 뛴다. 38분을 뛰는 것도 출전시간을 많이 줄여준 것이다. 아직 3년 은 끄떡 없다”며 웃었다.

물론 팀 사정상 한채진이 더 해줘야 하는 면도 없지 않다. 정 감독은 “한채진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워낙 체력이 좋은 선수다. 수비의 맥을 딱 짚어주다보니 빼질 못하는 면도 있다. 수비에서 1.5인분을 해준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삼성생명전에서도 한채진의 활약이 빛났다. 한채진은 1쿼터에만 8득점을 몰아치며 공격을 주도했다. 그는 기록지에 잘 드러나지 않는 수비도 잘했다. 신한은행은 주전센터 한엄지가 2쿼터 종료 4분전 4파울에 걸렸다. 하지만 한채진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수비를 펼쳐 공백을 메웠다.
몸을 사리지 않던 한채진은 3쿼터 중반 김단비와 이마끼리 충돌했다. 김단비의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이 발생했다. 한채진은 잠시 벤치로 들어간 뒤 다시 나와서 뛰었다. 그만큼 악바리 근성이 대단했다. 5분 정도 짧은 휴식을 취한 한채진은 4쿼터에 다시 나와 10분을 다 뛰었다. 그는 중반에는 쐐기 3점슛까지 성공시키며 정상일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한채진은 팀에서 가장 많은 15점을 책임졌다.

경기 후 한채진은 혹사론에 대해 “우리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감독님은 큰 부담을 안가져도 내 역할을 잘다면 된다고 하셔서 마음 편히 뛴다”며 손사래를 쳤다.
2003년 겨울시즌에 데뷔한 한채진은 벌써 18년째 현역으로 뛰고 있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코트 안에서 같은 선수로서 월등히 기량이 뛰어나다.
정상일 감독은 "임영희보다 한 시즌 더 뛰고 은퇴하라고 했다. 내가 FA때 한 번 도와줬으니 나도 좀 도와달라고 했다”며 한채진이 40대까지도 기량이 변치 않을거라 확신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용인=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