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크게 변신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전기차와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난다. 연초 사명을 '기아'로 바꾼 이유가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기아는 9일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CEO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를 개최하고,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Plan S'의 3대 핵심 사업과 세부 전략, 중장기 재무 및 투자 목표를 공개했다.
'Plan S'는 이미 지난해 나왔다. 이날은 좀더 구체적인 세부 전략이 제시됐다. Plan S는 선제적인 전기차(EV) 사업 체제로 전환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해 브랜드 혁신과 수익성을 확대하는 기아의 중장기 전략이다.

이날 행사에서 기아 송호성 사장은 “새로운 로고,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사명이 적용된 올해를 ‘기아 대변혁(Kia Transformation)’의 원년으로 선포한다”면서, “기아는 이제 차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객에게 혁신적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의 Plan S는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차량 중심의 구조적 변화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선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며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재탄생함을 의미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자동차 산업에도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켰다. 이전 추정치보다 글로벌 산업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친환경 정책의 영향으로 전기차 시장의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역시 기존의 내연 기관 기반의 개인 고객 중심 서비스에서 전기차 기반의 기업/공공 부분 중심 서비스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기아는 Plan S를 재점검하고 전략을 보다 구체화시켜 3대 핵심 사업으로 구분하고, 각 사업별 세부 실행 계획을 마련했다.
기아가 구상하는 EV 전환 계획이 구체화됐다.
기아는 전기차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오는 2030년 연간 160만 대의 환경차를 판매하고, 전체 판매 중 환경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오는 2030년 연간 88만 대 이상의 판매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일류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까지 기아는 내연 기관 차종 기반의 파생 전기차만을 출시해 왔지만 올해 출시되는 전용 전기차 CV를 시작으로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전동화 전환 가속화를 위해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오는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 7개를 출시해, 파생 전기차 4종과 함께 총 11개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아 전용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술이 적용돼 동급 최고 수준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주행성능, 공간 편의성을 갖춘다. 자율 주행 기술을 비롯한 첨단 기술도 선제적으로 적용된다.
기아는 AVNT(Audio, Video, Navigation, Telematics 단말기)의 적용 확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Over The Air) 서비스 확대, 고객의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FoD, Feature on Demand)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전기차를 스마트 디바이스로 구현하고자 한다.
3월 세계 최초 공개를 앞둔 전용 전기차 CV에는 자율 주행 기술 2단계에 해당하는 HDA2(Highway Driving Assist 2)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며, 2023년 출시될 전용 전기차에는 3단계 자율 주행 기술 HDP(Highway Driving Pilot)가 적용될 계획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아가 최초로 선보이는 전용 전기차 CV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500km 이상, 4분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100km 확보, 제로백 3초 등의 강력한 상품성을 갖추고 오는 7월 국내 시장에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이하 PBV) 시장에서도 2022년 최초의 모델인 PBV01을 출시할 계획이다.
PBV 시장에서는 2030년 연간 100만 대 판매를 달성해 PBV 글로벌 판매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아는 48년간의 군수차량 개발 경험을 통해 확보한 특수 설계 역량과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부 특장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대량 생산과 유연한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같은 보유 역량을 바탕으로 기아는 기존 차를 활용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초기 PBV 시장에 진입하는 한편, 세분화된 제품 구성을 통해(모빌리티향, 물류향, 리테일향 등) 다양한 고객군의 요구에 부합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PBV 수요가 확대되는 2023년부터 기아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독자 플랫폼 개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다양한 파트너십과의 연계를 통해 경쟁력 있는 PBV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도화된 자율 주행 기술을 접목해 PBV 시장 확대에도 힘쓸 계획이다.

모빌리티 사업에서는 점진적으로 고객군을 확대해 나가며 서비스 다변화를 도모한다.
기아는 모빌리티 시장의 모든 고객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보다 장기 성장 기회가 있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제공 업체가 없거나 경쟁 업체가 있더라도 생태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영역에 집중해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B2C 모빌리티 사업 영역에서 기아는 도심별 환경 규제를 충족하고, 성장이 예상되는 점유형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서비스를 확장한다. 기아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카셰어링 서비스 ‘위블(WiBLE)’을 올해 기업 서비스와 점유형 서비스로 확장하고, 이탈리아와 러시아에서만 운영 중이던 기아모빌리티(KiaMobility) 서비스도 올해 유럽 4개국에 신규 론칭한다.
친환경 정책과 연계해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B2G 모빌리티 사업 영역에서 기아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구독과 셰어링 결합 서비스를 선보인다. 2030년 7만 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B2G 모빌리티 사업 영역에서 기아는 맞춤형 전기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 시장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또한, 기아는 국내에서 선보인 구독 서비스 프로그램 기아플렉스(KIAFLEX)의 성공적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주요 시장에 구독 서비스 프로그램 기아서브스크립션(KiaSubscr-iption)을 연내 출시한다. 기아서브스크립션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식스트리싱(Sixt Leasing SE)이 운영을 맡고, 현지 법인과 딜러가 차량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기아는 이날 Plan S의 구체적인 3대 핵심 사업과 함께 2021년의 사업 계획과 재무 목표에 대한 발표도 진행했다. 2021년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저 효과의 영향과 선진 시장의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5.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 또한 전년 대비 9% 증가한 7,9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변화된 경영 환경을 고려해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2% 늘어난 292만 2,000대를 판매(도매 판매 기준시, 소매 판매 기준 시 293만 7,000대)하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3.7%를 달성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밝혔다. 매출액 65.6조 원(전년비 10.8% 증가), 영억이익 3.5조 원(전년비 70.1% 증가), 영업이익률 5.4%의 2021년 재무 목표도 제시했다.
신차 출시 계획도 밝혔다. 1분기 K7 완전 변경 모델과 K3 상품성 개선 모델을 시작으로 2분기에는 기아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 모델 스포티지의 신형과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3분기에는 기아 최초의 전용 전기차 CV와 유럽 전략형 차종 씨드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한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