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투수들에게 기회의 땅이 된 KT, 올해는 또 누가 있을까.
KT는 이강철 감독 체제에서 베테랑 구원투수들의 ‘부활 집합소’로 떠올랐다. 다른 팀에서 하락세를 보이며 전력 외로 분류된 베테랑 불펜들이 KT 유니폼을 입고 보란 듯 부활했다. 불펜 자원이 모자랄 때마다 베테랑들의 활약으로 버티고 숨통이 트였다.
이강철 감독 체제 첫 해였던 2019년 SK에서 트레이드로 온 전유수가 62경기 3승1패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39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지난해는 2차 드래프트로 키움에서 넘어온 이보근이 49경기 3승1패6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2.51로 반등했다. NC에서 방출됐던 유원상도 62경기 2승1패2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3.80으로 살아났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가 봤을 때 ‘이 정도 구위면 괜찮겠다. 충분히 통하는 공을 갖고 있다’ 싶은 선수들을 데려온다. 요즘 말로는 피칭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구종 선택과 생각하는 차이를 바꿔놓는 것이다. 박승민 투수코치가 그런 것을 잘한다”고 밝혔다.
유원상의 경우 코스에 변화를 줬다. ‘낮게 던져야 한다’는 과거 이론에서 벗어나 하이볼을 적극 사용했다. 파울을 유도하며 카운트를 잡은 뒤 결정구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포크볼 위력을 살렸다. 전유수도 포심을 버리고 커터, 투심 패스트볼로 재미를 봤다.

올해도 다른 팀에서 KT로 넘어온 베테랑 투수들이 부활을 노린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한화에서 방출된 안영명, 롯데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박시영이 이강철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안영명은 포심보다 투심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박시영은 주무기 포크볼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피칭 디자인을 구성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 본인이 잊어버린 장점을 살려주려 한다. 베테랑들을 왜 데려오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투수진이 양적으로 부족할 때 이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2~3년 연속 잘하는 구원투수들이 많지 않다. 불펜을 최대한 만들어놓으면 구멍이 날 때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KT의 노하우를 몸으로 체감하는 선수들도 부활에 대한 확신이 커지고 있다. 안영명은 “감독님도 ‘올해는 네가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전 팀에서는 방출됐지만 새로운 시작이고, 나를 받아준 KT에 감사한 마음을 마운드에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박시영도 “감독님은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신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만들어주시는 피칭 디자인을 잘 따라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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