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투승타타(투수는 승리, 타자는 타점)로 선수를 평가하는 추세였지만, 최근 세이버메트릭스가 널리 중시되면서 클래식 스탯 보다는 WAR, OPS 등으로 선수 가치를 평가하는 흐름이다. 공격 능력은 세분화된 수치로 평가받지만, 수비 능력은 여전히 구체적인 수치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
LG 내야수 김민성은 “공격력만 너무 높게 평가하고, 수비의 중요성에는 인색한 것 같다. 수비 능력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소신있는 주장을 펼쳤다.
김민성은 지난해 허벅지, 옆구리 부상으로 87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는 “부상으로 하고 싶은 야구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수비는 만족할 정도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공격은 투수랑 싸워야 하는데, 아파서 밸런스가 무너져 나 스스로와 싸우다 보니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수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민성은 어려서부터 수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천해왔다. 그는 “타격을 못 하는 건 납득하지만, 수비를 못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원래 방망이를 잘 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타격과 수비 둘 중에 하나를 완벽하게 한다면 수비를 보여주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나아가 선수를 평가하는 시선에 대해 한마디 했다. 그는 “요즘 야구 트렌드가 타격보다 수비는 평가가 조금 낮아지는 것 아닌가 싶다. 내가 20대 초반일 때와 비교하면 수비 중요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타격 퍼포먼스만 높게 평가하고, 타격과 수비를 같은 위치에서 놓고 보지를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타격에만 집중하고 수비의 세밀함을 덜 신경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민성은 자신의 원칙이 흔들린다고 고민했다. 그는 “타격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다보니, 나도 왔다갔다 한다. 수비를 신경쓰지 말고 타격에 집중해서 가야 하나. 아니면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가치를 두는 수비에 중점을 두고 계속 가야 하나 오락가락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결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김민성은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수비가 중요하다. 수비를 잘해야 팀이 강해진다. 점수를 뽑기도 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에서 아웃카운트를 잡아서 실점없이 끝내느냐에 승패가 결정된다고 본다. 계속 수비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다른 선수들도 따라올거라 생각하면서 후배들에게 이야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LG는 수비를 중시하는 팀 컬러다. 전임 류중일 감독에 이어 류지현 감독도 유격수 출신으로 수비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클러치 안타 못지 않게 클러치 실책, 호수비가 1점 차 승부를 결정짓는다.
김민성은 “실책, 수비율이 있지만 수비 가치를 따지는 지표는 적은 것 같아 아쉽다. 10-0에서 승부와 상관없는 홈런 보다는 박빙의 승부에서 수비에서 잘해서 이닝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비를 잘 평가하는 데이터로 평가받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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