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초대 감독' 될뻔 했던 SUN, 야구 데이터 공부에 푹 빠지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02.16 05: 51

LG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원포인트 레슨을 실시한 선동열 전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jpenws@osen.co.kr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모처럼 야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야구에 대한 열의를 뿜어냈다.
지난해 야구 칼럼을 연재하며 최근 트렌드인 야구 데이터 이론에 관한 지식을 드러냈던 선 전 감독은 ‘야구 데이터’에 푹 빠진 모습을 보여줬다.  
선 전 감독은 최근 차명석 단장의 초청을 받아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LG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고 선수들에게 간단한 조언을 했다. 선 전 감독은 15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나흘 동안 LG 캠프 방문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눴다. 
선 감독은 인터뷰 자리에 앉으며 LG 투수들의 ‘등번호=이름’이 적힌 종이를 꺼내들었다. “선수들 유니폼에 이름이 안 적혀 있어서…선수를 그래도 번호로 부를 수는 없고 이름을 불러야 해서”라며 웃었다. 나흘 동안 LG 투수들을 지켜보면서 펼쳤다 접었다 하느라 구겨져 있었다.
선수들의 불펜 피칭을 한 두 번 보고 조언한 것을 두고 ‘원포인트 레슨’이라는 시선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원포인트 레슨이 아니고, (해보니) 내가 더 배우려고 온 거 같다. 야구 환경이 많이 변했는데, 직접 현장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차명석 단장과 류지현 감독이 내줘서 오히려 감사하다. 이론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던 것이 큰 공부가 됐다"고 즐거워했다. 
선 전 감독은 칼럼에서 트랙맨 데이터를 활용해 수직 무브먼트, 피치 터널 등 데이터로 접근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그는 “현장에 나와서 작년에 공부했던 것을 젊은 선수들에게 이야기 하니까 대화가 잘 되더라. 알아듣기 편한 것 같더라.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최신 용어를 알고서 이야기하니 다가가기 쉬웠다. 지도자들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웃었다. 
공부했던 것을 현장에서 직접 느낀 것에 고무적이었다. 선 전 감독은 현장에서 노석기 데이터분석팀장이 제공한 선수들의 데이터를 직접 체크하면서 선수들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는 “이론 공부만 했지, 현장에서 트랙맨을 본 것이 처음이다. 나도 공부가 됐다. 정확한 데이터는 코칭스태프와 데이터분석팀이 더 잘 알 것이다. 작년부터 공부해왔던 것을 공유하면서 소통하니, 공부한 것이 보람되는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과거의 지도법과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현재의 지도법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는 “우리 때는 경험, 직관으로 얘기했는데 지금은 데이터로 선수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데이터로 이런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고쳐가면 좋겠다는 분석해주는 것을 좋아한다”며 “과거에는 뭐가 안 좋으면 직관으로 이거를 고쳐봐, 이렇게 해봐 했다면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데이터를 활용해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물론 데이터가 전부는 아니다. 선 전 감독은 “그래도 경험에서 나오는 것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라고 본다. 선수도 그날그날 컨디션이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데이터만 갖고서 하기는 좀 그렇다”며 “지난해 월드시리즈를 보면서도 느꼈다. (6차전 탬파베이가 선발 투수 스넬을 6회 교체한 것) 정규시즌에서는 그런 결정이 좋았을 것읻. 그러나 단기전에서 상황이 똑같다고 똑같이 바꾸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선 전 감독은 어쩌면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의 초대 감독이 될 수도 있었다. 지난해 말 SK가 신임 감독을 뽑을 때 계약안까지 제시했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 전 감독은 당분간 현장 복귀 보다는 야구 관련 책을 쓰고 야구 이론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책을 또 쓰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유소년 재능 기부도 할 생각이다. 작년에 양키스로 연수를 가려다 (코로나 사태로) 못 갔다. 야구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는데, 야구를 사랑하는 분이 많다. 어울려 이론적인 공부를 더 할 것이다”고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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