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한화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기존 선수들의 성과를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리빌딩을 각오하고 원점에서 새출발하는 팀이지만 지난해 주력 선수들이 거둔 실적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완 투수 김진영(29)도 지난해 성과가 있는 선수 중 하나다. 58경기에서 54이닝을 던지며 3승3패8홀드 평균자책점 3.33 탈삼진 56개를 기록했다. 한화 불펜의 새로운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김진영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거제에서 대전으로 옮긴 2차 스프링캠프 첫 날인 16일 김진영은 “모든 게 제로 베이스다. 선발부터 중간까지 우리 투수들에게 아직 고정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지난해 수치를 존중한다고 하셨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팀의 투수 조장을 맡고 있는 김진영은 “지금 팀 분위기라면 새로운 얼굴이 더 많이 나올 것 같다. 리빌딩에 맞는 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어린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넘친다. 개막 엔트리는 (숫자가) 정해져 있어 모든 선수들이 들어가기 힘들다. 지금 있는 선수들이 다 들어갔으면 좋을 정도로 잘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투수 조장으로서, 중간 필승조로서 김진영의 임무가 막중하다.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뛴 경험으로 영어 구사 능력도 뛰어난 김진영은 외국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 사이에서 통역에 가까운 역할도 하고 있다. 물론 감독과 코치 통역이 따로 있기 때문에 김진영도 선(?)을 넘지 않고 선수 본분을 지키려 한다.
그는 “구단에서 통역 분을 4명이나 배치해주셔서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저 또한 영어 실력이 듣는 건 좋아도 완벽하진 않다. 가끔 야구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이 있을 때 중간에서 전달하는 정도”라며 “(영어를 잘해서 경쟁에 우위를 점하는) 그런 부분으로 비쳐지고 싶지 않다. 모든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말수를 줄이고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원하는 김진영은 개인보다 팀을 강조한다. 투수 조장으로서의 책임감이기도 하다. “올해는 개인보다 팀에 대한 욕심이 크다. 팀이 순위 경쟁을 하는 위치에서 던지면 희열이 배가 될 것이다”는 것이 김진영의 말. 개인적으로는 지난해보다 많은 60경기, 60이닝, 60탈삼진을 목표로 한다. “중간 투수로서 많은 경기에 나가 삼진을 잡고 싶은 개인적 욕심은 있다”고 했다.

후배들에겐 적극적인 자기 홍보를 주문했다. 구단 방송에서도 맹활약(?) 중인 김진영은 “선수들 스스로가 상품 가치를 높여야 한다. 누군가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눈치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선배들도 그걸 받아주고 계시다”며 “후배들이 자기 홍보를 하는 데 있어 부끄러움이나 창피함 없이 하는 것만으로도 보기 좋다. 선수와 팀에 좋은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