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근절'에 나선 KOVO, 가해선수 복귀는 수수방관 할건가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1.02.17 16: 22

한국배구연맹(이하 연맹)이 최근 불거진 배구선수들의 학교 폭력 논란에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가해 선수들에 대한 징계는 나오지 않았다.
남여 프로배구계는 최근 학교 폭력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흥국생명 이다영과 이재영이 학창시절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고 두 선수 모두 결국 자필 사과문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이어서 OK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 역시 학교 폭력 전과가 드러났다. 
연맹은 지난 16일 학교 폭력 논란과 관련해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학교 폭력 및 성범죄 연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참여 원천봉쇄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 ▲징계규정 정비 ▲학교 폭력 근절 및 예방교육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 전개 등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했다.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이 트로피를 들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youngrae@osen.co.kr

연맹은 앞으로 학교 폭력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지금의 논란을 일으킨 이다영, 이재영, 송명근, 심경섭에 대한 징계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새로 처벌 규정을 신설했지만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에 잘못을 한 선수들에게 소급 적용을 시키는 것은 법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구단과 한국배구협회에서는 해당 선수들에 대한 징계에 나섰다. 흥국생명은 이재영과 이다영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OK금융그룹은 송명근과 심경섭에게 올 시즌 잔여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한국배구협회는 이들 선수들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다.
그러나 정작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연맹이 이들 선수들에게 내린 징계는 없다. 연맹의 징계가 없기에, 송명근과 심경섭이 다음 시즌에 출전하겠다고 하면, 연맹은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논란의 핵심 장본인 이재영-이다영이 '무기한'이 끝나고 복귀할 때도 마찬가지다. 연맹은 수수방관하겠다는 태도다. 이에 연맹에서도 강력한 징계를 통해 학교 폭력 논란에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연맹 관계자는 “앞으로 발생할 사안에 대해 연맹이 어떻게 하겠다라는 내용은 지난 대책회의 결과에 모두 포함됐다”면서도 “다만 이미 논란을 일으킨 해당 선수들의 징계는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향후 연맹에서 추가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현재로선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올 시즌 배구계는 김연경의 한국 복귀로 전례 없는 흥행 돌풍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인해 오히려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여전히 추가 폭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 단호한 대처 방안을 내놓지 못한 연맹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걱정스럽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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