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kg' 이대호에게 도루 허용한 포수 “당황해서 공 놓쳐 송구도 못했죠…”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02.18 10: 22

 LG 노장 포수 이성우(40)는 2021시즌을 맞이하는 심정이 남다르다. 
2005년 SK에 육성 선수로 입단해 올해로 프로 17년차가 되는 이성우는 올 시즌이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이라고 마음 먹고 있다. 
지난해 풀타임 시즌을 뛴 그는 올해 1년 더 기회를 잡았다. 작년에 이미 더 이상 선수로 뛰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던 그였기에 구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 1회말 1사 롯데 강민호 타석때 2루 주자 이대호가 도루 성공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그는 올 시즌에 대해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자신은 1군에서 한 경기도 못 뛰어도 좋으니, 젊은 포수들이 주전 유강남을 받쳐줄 확실한 백업 포수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원했다. 
자신이 1군 경기에서 뛰게 될 때,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면 아내와 아들을 초대해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작은 욕심이다. 기록에 대해선 정말 아무런 욕심이 없다고 했다. 
이성우는 지난 시즌에 “은퇴하기 전에 3루타 한 개 쳐 봤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프로는 물론 야구를 시작한 이래 3루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드물게 타석에 들어서 모처럼 장타를 쳐도 3루까지 달릴 기회조차 없었다고 한다. 3루 주루코치가 절대로 팔을 돌리지 않는다고. 
17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이성우는 “3루타는 올해도 못 할 것 같다. 주력이 더 느려졌다. 3루타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넓은 잠실구장, 외야수가 다이빙캐치를 하다 빠뜨리는 실책성 플레이를 하지 않는 한 힘들다고 웃었다.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1사 1루에서 롯데 1루주자 이대호가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sunday@osen.co.kr
통산 도루는 4개나 있는데 도루 실패는 단 하나도 없다. 이성우는 “상대 포수들이 발이 느린 내가 뛸 생각을 못하고 방심하다가, 포수 송구가 제대로 오지 않아 실패가 없었다”고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방심해서 내 준 도루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나도 이대호에게 도루를 허용한 적이 있다. 안 뛸 줄 알고 있다가 갑자기 뛰었는데, 당황해서 (미트에서 공을 꺼내다) 공을 놓쳐 (2루 송구) 아예 못 던졌다”고 했다. 
순간의 방심으로 인한 결과. 이성우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방심하다 큰 실수를 했다. LG가 초반 0-8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홈런포가 연이어 터지면서 7-8까지 추격하며 역전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LG의 9회 수비, 무사 1루에서 두산의 희생번트 때 투수의 1루 송구 실책이 나왔다. 2루를 돌아 3루까지 달린 대주자 이유찬이 홈까지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홈 송구 타이밍으로는 아웃이 될 상황이었는데, 포수로 교체 출장한 이성우가 공을 잡고서는 주자를 보지 않아 태그하지 못했고 쐐기 실점을 허용했다.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진행됐다.9회초 무사 1루 두산 허경민의 희생번트때 실책을 틈타 1루 주자 이유찬이 득점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무사 1루 상황 두산 허경민의 희생번트 때 LG 고우석의 송구 실책으로 공이 1루에서 뒤로 빠졌다. 이 사이 홈으로 쇄도해 세이프되는 주자 이유찬. / dreamer@osen.co.kr
이성우는 당시를 떠올리며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나이 40을 먹어도 본헤드 플레이를 하는데, 너희들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해줬다”며 “앞서 3루 주자를 체크 할 때, 주루코치가 막는 걸 보고 ‘아, 막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뒤에 보니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더라. 그 순간 아, 모든 짐을 내가 안고 가야겠구나 느꼈다. 변명할 상황이 아니고 무조건 내 잘못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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