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노장 포수 이성우(40)는 2021시즌을 맞이하는 심정이 남다르다.
2005년 SK에 육성 선수로 입단해 올해로 프로 17년차가 되는 이성우는 올 시즌이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이라고 마음 먹고 있다.
지난해 풀타임 시즌을 뛴 그는 올해 1년 더 기회를 잡았다. 작년에 이미 더 이상 선수로 뛰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던 그였기에 구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올 시즌에 대해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자신은 1군에서 한 경기도 못 뛰어도 좋으니, 젊은 포수들이 주전 유강남을 받쳐줄 확실한 백업 포수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원했다.
자신이 1군 경기에서 뛰게 될 때,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면 아내와 아들을 초대해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작은 욕심이다. 기록에 대해선 정말 아무런 욕심이 없다고 했다.
이성우는 지난 시즌에 “은퇴하기 전에 3루타 한 개 쳐 봤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프로는 물론 야구를 시작한 이래 3루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드물게 타석에 들어서 모처럼 장타를 쳐도 3루까지 달릴 기회조차 없었다고 한다. 3루 주루코치가 절대로 팔을 돌리지 않는다고.
17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이성우는 “3루타는 올해도 못 할 것 같다. 주력이 더 느려졌다. 3루타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넓은 잠실구장, 외야수가 다이빙캐치를 하다 빠뜨리는 실책성 플레이를 하지 않는 한 힘들다고 웃었다.

통산 도루는 4개나 있는데 도루 실패는 단 하나도 없다. 이성우는 “상대 포수들이 발이 느린 내가 뛸 생각을 못하고 방심하다가, 포수 송구가 제대로 오지 않아 실패가 없었다”고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방심해서 내 준 도루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나도 이대호에게 도루를 허용한 적이 있다. 안 뛸 줄 알고 있다가 갑자기 뛰었는데, 당황해서 (미트에서 공을 꺼내다) 공을 놓쳐 (2루 송구) 아예 못 던졌다”고 했다.
순간의 방심으로 인한 결과. 이성우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방심하다 큰 실수를 했다. LG가 초반 0-8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홈런포가 연이어 터지면서 7-8까지 추격하며 역전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LG의 9회 수비, 무사 1루에서 두산의 희생번트 때 투수의 1루 송구 실책이 나왔다. 2루를 돌아 3루까지 달린 대주자 이유찬이 홈까지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홈 송구 타이밍으로는 아웃이 될 상황이었는데, 포수로 교체 출장한 이성우가 공을 잡고서는 주자를 보지 않아 태그하지 못했고 쐐기 실점을 허용했다.


이성우는 당시를 떠올리며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나이 40을 먹어도 본헤드 플레이를 하는데, 너희들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해줬다”며 “앞서 3루 주자를 체크 할 때, 주루코치가 막는 걸 보고 ‘아, 막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뒤에 보니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더라. 그 순간 아, 모든 짐을 내가 안고 가야겠구나 느꼈다. 변명할 상황이 아니고 무조건 내 잘못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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