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은 웃음을 줘야지 부담을 주는 건 아니라 생각해서…”
회삿돈을 횡령한 동업자의 배신에 가슴이 무너졌지만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마음고생으로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상황에도 티 내지 않아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개그맨 허경환이다.
개그맨이자 올해로 ‘12년차 CEO’ 허경환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던 사실이 알려졌다. 믿었던 동료가 회삿돈을 횡령하는 등 배신을 당한 것.

지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유가증권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양 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허경환이 대표를 맡은 식품 유통업체의 회사자금 총 27억 3000여 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회사에서 감사 직책을 맡았던 양 씨는 실제 회사를 경영하며 법인 통장과 인감도장, 허경환의 인감도장을 보관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별도의 회사에 돈이 필요할 때마다 허경환이 대표로 있는 식품 유통업체 자금을 수시로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확인된 계좌 이체 횟수만 600여 차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 씨는 허경환의 이름으로 주류 공급계약서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고, 약속어음을 발행해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2012년 자신의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도와주면 몇 달 안에 갚겠다고 허경환을 속여 1억 원을 받고 돌려주지 않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양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피해회사의 회계와 자신이 운용하던 회사들의 회계를 구분하지 않고 마음대로 뒤섞어 운영하면서 저지른 범행으로, 횡령액이 27억 원을 넘고 남은 피해 금액도 상당히 크다. 사기로 편취한 1억 원은 범행 시점으로부터 9년이 다 되도록 전혀 갚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 당사자인 허경환도 자연스럽게 이름이 오르내렸다. 대중의 관심도를 알 수 있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허경환의 이름이 오른 것.

허경환은 18일 자신의 SNS에 “개그맨은 웃음을 줘야지 부담을 주는 건 아니라 생각해서 꾹꾹 참고 이겨내고 조용히 진행했던 일이었는데 오늘 기사가 많이 났다”며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은 당했지만 믿었떤 동료 덕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오늘 많이들 놀라시고 응원도 해주시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좀 비싼 수업료지만 덕분에 매년 성장하고 회사는 더 탄탄해진 거 같다. 이젠 허경환이 아닌 제품을 보고 찾아주는 고객 분들, 그리고 제 개그에 미소 짓는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더욱 신경써서 방송하고 사업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를 입고, 빚을 떠안고,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허경환은 가슴이 새까맣게 탔을 터.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MC 또는 게스트로 출연한 허경환이었지만 그의 심각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허경환이 사업적으로 힘든 속내를 털어 놓은 건 지난해 방송된 ‘강호동의 밥심’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당시 “20~30억 빚도 갖고 있었다. 이름만 사장인 게 싫어서 공동대표로 했다. 그런데 다른 분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일이 터져서 일이 뭉쳐서 한꺼번에 왔다. 공동대표가 급하다고 오라고 해서 갔더니 빚 받으러 온 공장 대표였다. 그 자리에서 3000만 원 뽑아서 드려서 일단 보내고, 얼마의 빚인지 들어보니 20~30억 원이었다”며 “아침에 일어나면 문자를 받는다. 진짜로 숨을 못 쉬겠더라. 지금 같이 하고 있는 대표 형과 매일매일 연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타까운 사연 속에서도 허경환이 응원 받는 이유는 ‘개그맨은 웃음을 줘야지 부담을 주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는 말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좀 비싼 수업료지만 덕분에 매년 성장하고 회사는 더 탄탄해진 것 같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성숙해졌다. 분노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일어선 허경환은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을 당했으나 허경환은 다시 일어섰다. 그는 현재도 다양한 방송에 출연 중이고,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다양한 기업과 MOU를 체결해 협업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연매출 350억 원을 달성하는 등 CEO로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