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던 흥국생명이 선두 싸움에서 희망을 봤다. ‘월드클래스’ 김연경(33)도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흥국생명은 핵심 공격수 이재영(26)과 세터 이다영(26)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학교 폭력 논란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대체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22)는 적응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김연경은 최근 힘든 시간을 보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현대건설전부터 지난 16일 IBK기업은행전까지 4연패를 당했다. 현대건설전은 ‘학폭’ 논란이 터지기 전으로 이재영이 31득점 활약을 펼쳤지만 세터 이다영의 경기력이 정상이 아닌 상황이었다.
그 후 지난 5일 선두 경쟁을 벌이는 2위 GS칼텍스를 만나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그 다음 경기에서는 이재영과 이다영이 ‘학폭’ 논란이 폭로되면서 전력에서 빠졌다. 11일 한국도로공사전 0-3 패배, 16일 기업은행전 0-3 패배를 잇따라 당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 브루나는 뒤숭숭한 팀 분위기에서 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19일, 흥국생명은 KGC인삼공사와 맞붙어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거두며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브루나가 30득점 깜짝 활약을 펼쳤고, 김연경은 24득점으로 변함없이 활약했다.
특히 김연경이 돋보인 점은 ‘주장’으로서 리더십이다. 그는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살리려고 끊임없이 동료들을 다독였다. 2위 GS칼텍스에 턱 밑까지 쫓기고 있었다. 인삼공사를 잡지 못했다면 흥국생명은 걷잡을 수 없이 더 미끄러졌을 가능성도 컸다.
GS칼텍스가 지난 17일 한국도로공사에 승리하며 승점 2점 차까지 따라붙자, ‘흥국생명이 선두 자리를 내주겠구나’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19일 인삼공사를 꺾고 연패를 탈출하자 ‘흥국생명이 선두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전망이 나왔다.
브루나가 팀에 적응을 하고 경기력도 올라온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재영과 이다영 없이 고군분투하던 김연경에겐 공격 작업을 분담해줄 수 있는 브루나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사실 이 상황들은 김연경이 잘 이끌었다. 박미희 감독도 이 점을 두고 고마워 했다. ‘주장’으로서 선수단이 다시 뭉칠 수 있도록 상당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1득점으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다가 30득점 활약을 펼친 브루나는 “적응하는데 힘들었는데 이제 나를 믿으려고 하고 있다.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김연경의 존재감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흥국생명은 5라운드까지 18승 7패, 승점 53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전히 2위 GS칼텍스가 승점 5 차이로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삼공사전에서 보여준 흥국생명 선수단의 분위기와 김연경의 리더십이라면 선두 경쟁에서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knightjis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