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 트레이드 맹비난→여론 뒤집은 반전…최태웅 빅딜 재평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2.21 11: 13

“앞으로 너희들의 시대가 올거야.”
지난해 12월2일 한국전력전에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작전 타임 때 선수들에게 한 말이다. 최태웅 감독이 말한 ‘젊은 현대캐피탈의 시대’는 생각보다 빠르게 오고 있다. 최근 13경기에서 9승4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반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지난해 11월13일 한국전력과 3대3 대형 트레이드로 데려온 2년차 세터 김명관이 있다. 195cm 장신 세터로 기대를 모았으나 미완의 대기였던 그는 ‘명세터’ 출신인 최 감독의 세심한 지도 아래 토스 자세부터 바꾸며 성장했다. 안정된 토스웍, 큰 키를 활용한 블로킹으로 드래프트 전체 1순위다운 잠재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현대캐피탈은 김명관을 받기 위해 ‘최고 센터’ 신영석을 과감하게 내놓았다. 세터 황동일과 군복무 중인 레프트 김지한을 묶어 한국전력으로 보내는 출혈을 감수했다. 김명관과 함께 레프트 이승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지만 챔프전 우승을 두 차례 이끌며 팬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던 신영석을 내줘 여론이 악화됐다. 
경기종료 후 현대캐피탈 김명관이 최태웅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soul1014@osen.co.co.kr
트레이드 당시 현대캐피탈은 3연패 중이었지만 3승4패로 시즌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2라운드 초반부터 리빌딩을 선언해 팬심이 크게 들끓었다. 충격의 트레이드 이후 첫 10경기에서 1승9패로 추락했다. 트레이드 전까지 개막 7연패를 당하고 있던 한국전력이 신영석 합류와 함께 연패를 끊고 급반등하면서 최 감독의 선택은 더 의구심을 낳았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듯 최 감독은 작전타임에서 선수들에게 “이런 식으로 지면 화가 나야 해? 열이 받아야 돼?”라고 소리 치고, 억울한 판정에 사자후를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9일 삼성화재전부터 최근 13경기에서 9승4패를 거두며 빅딜도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세터 김명관뿐만 아니라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허수봉과 함형진, 전체 1순위 신인 레프트 김선호, 여오현 뒤를 잇는 신인 리베로 박경민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급성장하며 공수에서 눈에 띄게 경기력이 좋아졌다. 신영석이 빠진 센터 자리는 최민호와 차영석이 메우고 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한 뒤 뒤돌아 괴성을 지르고 있다./ksl0919@osen.co.kr
어느새 시즌 성적도 13승17패로 승점 35점이 됐다. 최 감독이 트레이드 후 목표로 세운 10승과 승점 35점 모두 도달했다. 최 감독은 “사실 트레이드 후 10승을 목표로 했을 때 가능할까 싶은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다음 목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많이 이기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19일 삼성화재전에서 데뷔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허수봉은 “주장 (최)민호 형이 팀 미팅에서 5할 승률을 해보자고 말했다.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마지막 6라운드에서 5승1패를 하면 18승18패, 5할 승률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요즘 분위기라면 불가능하진 않다. 
비록 올 시즌 봄 배구는 좌절됐지만 현대캐피탈의 미래는 어느 팀보다 창창하다. 다음 신인 드래프트에선 1라운드 지명권을 한국전력에게 받은 것까지 2장을 쓸 수 있다. 올 연말 제대할 간판 공격수 전광인까지 오면 현대캐피탈의 시대가 활짝 열릴 가능성이 높다. 위험을 무릅쓴 최 감독의 빅딜 승부수가 비난 여론을 완전히 잠재울 날이 머지않았다. /waw@osen.co.kr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soul1014@osen.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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