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천재가 정신 차렸다, 19kg 빼고 동료들에게 사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2.25 20: 18

게으른 천재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것일까. 
특급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괴수의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019년 빅리그 데뷔 후 기대만큼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년간 183경기 타율 2할6푼9리 184안타 24홈런 102타점 66볼넷 129삼진 출루율 .336 장타율 .442 OPS .778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수비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첫 해 3루수로 96경기에서 실책 17개를 저질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시즌 개막이 연기된 사이 몸이 급격히 불어나 3루 수비 불가 판정을 받았고, 포지션을 1루로 옮겨야 했다. 같은 시기 빅리그에 데뷔한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와 비교되면서 ‘게으른 천재’로 전락했다. 

토론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dreamer@osen.co.kr

실망만 남겼던 게레로가 올해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지난겨울 독하게 체중 감량에 나섰고,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토론토 스프링캠프에 42파운드(약 19kg) 감량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25일(이하 한국시간) 현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가진 게레로는 “지난 몇 년간 스스로 건강을 해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팀 동료들에게 자신의 나태함을 사과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블라드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러닝훈련을 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그는 “동료들이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것이 동기 부여가 됐다. 이제는 다 옛날 일이다. 다시 시작하고 준비할 것이다”며 “지난해 시즌이 끝날 때 몸에 꽉 끼었던 셔츠가 지금은 제법 헐렁해졌다. 몸이 훨씬 빨라진 느낌이다. 1루로 뛰어갈 때도, 수비 훈련을 할 때도 가벼워졌다. 예전에는 땅볼 타구 50~60개를 받으면 지치곤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모든 면에서 빨라졌다”고 자신했다. 
3루 수비에 대한 의욕도 드러냈다. 게레로는 “이전에는 내 다리를 믿을 수 없었다. 땅볼 타구에 다가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가장 좋아진 부분이 수비”라고 말했다. 다만 토론토의 올 시즌 구상에서 3루 자리는 카반 비지오의 몫으로 게레로는 1루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포지션이 어떻든 게레로의 잠재력 폭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게레로가 오프시즌에 매일 좋아지는 것이 보였다. 좋은 몸을 만들었고, 올해 전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도 “시간이 지나면 그는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게레로 주니어가 홈을 밟은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soul1014@osen.co.kr
게레로에게 야식 끊기를 권유한 동료 내야수 로우디 텔레스도 “게레로의 행동과 말투 모두 성숙해졌다. 건강한 몸으로 움직일 준비가 된 게레로는 가장 위험한 선수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며 “게레로는 너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사람들을 잘 모른다. 이번 비시즌에 그는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게으른 천재의 반성에 힘을 실어줬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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