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식을 벗어던진 한화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창단 첫 10위로 추락한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코치들이 수석, 투수, 타격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화의 모습을 잘 모르는 이들은 최근 자체 시뮬레이션 게임을 보곤 이렇게 말했다. “상대팀들이 어떻게 야구했길래 우리가 꼴찌를 한 거야?”.
지난해까지 3년간 두산에 몸담았던 조성환(45) 한화 수비코치는 “저도 성적이 안 좋은 팀에서 뛰어봤지만 한화 선수들의 마인드나 자세가 소극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훈련 참여도가 굉장히 좋다. 수베로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실패할 자유를 선수들이 빠르게 납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며 선수단을 갈아 엎은 한화는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되고 있다. 외부 전력 보강은 없었지만 젊은 선수들로 싹 바꿨다. 강도 높은 리빌딩 속에 정해진 주전 자리는 얼마 없다. 일생일대의 기회가 온 선수들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든다. 수베로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얼리워크, 엑스트라 훈련을 자청한다.
3년간 리그 최강팀 두산에 있었던 조성환 코치를 향해 한화 선수들의 질문도 끊이지 않는다. 조 코치는 “선수들이 두산 선수들은 어떻게 하는지, 야구를 왜 잘하는지 많이 물어본다”며 “두산의 최대 강점은 선수들이 공 하나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것이다. 개개인 능력도 뛰어나지만 공 하나하나에 대한 집중력이 엄청나다. 각자 하는 연습량도 엄청 많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예습과 복습도 열심히 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이어 조 코치는 “다른 팀 선수들이 서있을 때 두산 선수들은 볼카운트에 따라 계속 움직인다. 두산 선수들에게 지금도 고마운 게 바로 야구를 소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다”며 “그 좋은 경험을 한화 선수들에게도 얘기하고 있다. 두산은 위기 상황 때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한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정말 좋은 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아직 시즌이 시작하진 않았지만 훈련 과정에서 조 코치는 선수들의 내뿜는 에너지에 힘을 받는다. 그는 “자가격리 때문에 캠프에 늦게 왔는데 첫 날보다 다음날 훈련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흥분된다.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실수를 하더라도 다음에 하지 않으면 된다. 선수들이 더 당당하게 자신 있게 훈련에 임하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다.

포수 최재훈, 1루수 라이온 힐리, 3루수 노시환 정도를 제외하면 붙박이 고정 자리는 없다. 누구에게든 기회가 열려있다. 선수들에게 “살면서 이런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직접 자기 이름을 전광판에 새길 수 있는 이 기회를 잘 살려보자. 욕심 내보자”고 이야기한 조 코치는 “한 시즌 치르고 난 뒤 지금 이 시간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우리 한화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 채워가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