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에서 3할 타율은 더 이상 좋은 타자의 척도가 되지 못한다. 과거 야구는 타율, 홈런, 타점을 우선으로 봤지만 2000년대 세이버매트릭스가 대세로 자리 잡은 뒤 출루율과 장타율의 가치가 부각됐다.
KBO리그도 이제는 타율만 보지 않는다. 출루율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지난해 LG 외야수 홍창기는 타율 38위(.279)였지만 볼넷 4위(87개)로 출루율 6위(.411)에 오르며 효율적인 타자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마이너리그 감독으로 15년을, 메이저리그 코치 4년을 보낸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감독의 지론도 같다. 스프링캠프 중 어느날 코칭스태프 미팅에서 수베로 감독은 “100타석씩 들어선 두 타자가 있다. 한 명은 볼넷 없이 30안타를 쳤고, 또 다른 한 명은 무안타에 40볼넷을 기록했다. 누가 더 좋은 타자인가?”라는 질문으로 화두를 던졌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3할 타율과 4할 출루율, 둘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나라면 타율이 제로여도 출루율 4할인 타자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조니 워싱턴, 김남형 타격코치에게도 이 부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득점 생산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출루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하면 선수들도 출루율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수행해낼 것이다”는 것이 수베로 감독의 말.
수베로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록도 볼넷 대비 삼진, 이른바 ‘볼삼비(BB/K)’이다. 출루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수치로 수베로 감독은 “1번부터 9번까지 타자 타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꼭 한 가지 기록을 고른다면 볼삼비를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타율, 홈런, 타점처럼 눈에 확 띄진 않지만 메이저리그에선 좋은 타자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볼삼비가 쓰인다. 타자 선구안과 타석에서 접근법을 나타내는 수치. 볼삼비가 높은 선수일수록 기복이 적고 효율적인 타자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선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의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수베로 감독은 “좋은 타자는 자신의 존이 확실하다.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만 배트가 나가고, 컨택을 한다. 공을 잘 고르는 타자가 많으면 상대 투구수가 많아지고, 투수진도 빨리 소모시킬 수 있다. 반대로 우리 투수들도 스트라이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투수든 타자든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팀 출루율 6-6-8-9-10위로 한 번도 리그 평균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팀 내 최고 볼삼비를 기록한 이용규(1.64)도 시즌 후 방출돼 키움으로 갔다. 김태균마저 은퇴한 상황에서 출루율 높이기가 수베로호 한화의 최대 과제다.

훈련에서도 타자들의 접근법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프리 배팅을 할 때도 워싱턴 코치가 카운트별로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선수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지 훈련하고 있다”며 “출루는 피지컬보다 멘탈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연습할 때부터 실전을 가정해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3일부터 실전 경기가 시작되는 가운데 한화 타자들의 접근법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