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의 이동욱 감독(47)이 점점 야구 색깔을 짙게 드러내고 있다.
이동욱 감독은 평범한 선수 시절을 보내고 서른이 되기 전에 일찍 은퇴했지만, 지도자가 된 이후 수비 코치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NC 사령탑에 올라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됐다.
양의지라는 좋은 포수를 FA로 영입하면서 전력도 좋아졌지만,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있어도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고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스프링캠프가 한 달 지나고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NC는 자율적인 야구가 녹아들고 있다. NC는 2~3일 LG와 연습경기를 치렀는데 선발 라인업은 백업 선수들로 채워졌다. 주전급 야수는 3일 경기에 지명타자로 2타석 출장한 권희동이 유일했다.
오는 6~7일 두산과의 연습경기에는 노진혁, 모창민이 출장할 계획이다. 양의지, 나성범 등은 9차례 연습경기에서 모습을 볼 수 없다.
이 감독은 “양의지, 나성범,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알테어는 시범경기가 시작되면 출장한다. 선수 본인들의 의사였다. 그 때 맞춰서 몸을 만든다고 했다. 몸 상태가 안 되는데 경기 뛰는 것은 안 좋다. (개막전)4월 3일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자율은 주고, 그에 따른 책임도 묻는다”고 덧붙였다.
주전급 선수들은 면담을 통해 개인적인 페이스 조절을 최대한 들어준다. 선수 자신이 알아서 몸을 만들어 결과를 내면 된다. 결과가 좋지 않다면, 두터운 선수층에서 백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연습경기 도중에도 자율 야구를 볼 수 있다. 이 감독은 “연습경기에 출장하지 않는 선수들은 훈련을 마치고 일찍 퇴근한다. 경기에 선발로 나왔다가 교체되면 바로 집에 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의 경기를 보는 것도 공부가 되겠지만, 선수들 컨디션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뛰지도 않는데 경기 끝까지 남아 기다리는 것은 피곤하다. 몸 관리를 잘하는 것도 팀워크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처럼 선발로 출장했다가 교체되면 개인적인 훈련을 하든, 일찍 퇴근하든 자유롭게 하는 것과 같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의 좌타 거포(김재환, 오재일)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펼쳤던 이동욱 감독은 여전히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데이터를 믿고 시프트를 한다.
수비 코치 출신의 류지현 LG 감독은 NC의 한국시리즈 수비 시프트를 두고 “그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계획을 갖고, 미리 시프트를 결정하고 시리즈에 들어왔다는 것에 굉장히 좋게 봤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한 것이다”며 “투수 입장에서 시프트로 빈 공간으로 타구가 빠져 안타가 되면 굉장히 멘털에 충격을 받는다. 팀 전체(투수, 야수)가 그 결정을 따른 것을 높게 봤다”고 감탄했다.
NC 내야진은 LG와 연습경기에서도 끌어당기는 좌타자가 나오면 수비진은 우측으로 이동했다. 3일 좌타자 김호은이 친 빗맞은 타구는 3루수 쪽으로 향했는데, 3루수가 자리를 옮겨 텅 비어 있는 바람에 행운의 안타가 되기도 했다. 예상 밖의 결과는 감수하는 것이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