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내 야구 끝난 줄 알았는데…" 한화가 고마운 킹험, 마지막 기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3.05 10: 13

지난해 SK에서 KBO리그와 첫 인연을 맺은 닉 킹험(29·한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의욕적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단 2경기 만에 불명예 퇴출됐다. 7월 미국으로 돌아간 킹험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다음을 기약했지만, 데뷔 2경기 만에 부상으로 떠난 선수가 리그에 복귀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킹험에겐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왔다. SK에 가기 전부터 킹험을 눈여겨본 한화가 재활 단계에서 그를 찾은 것이다. 킹험이 수술 후 캐치볼을 들어갈 때부터 불펜 피칭 초반까지 영상을 전달받아 확인한 김희준 한화 운영팀 대리는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11월15일부터 27일까지 11일 동안 미국 현지에 머무르면서 킹험의 불펜 피칭을 3차례 직접 관찰했다. 
당시 킹험은 “망치지 말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불펜 피칭에 임했다. 구위 회복 가능성을 확인한 한화는 즉시 계약을 진행했다. 총액 55만 달러 중 보장 금액은 35만 달러, 옵션이 20만 달러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도 킹험은 주저하지 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만큼 한국행을 원했다.  

4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자체 청백전이 열렸다.1회초 한화 선발 킹험이 공을 던지고 있다. /cej@osen.co.kr

4일 자체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을 2이닝 무실점으로 마친 킹험은 “한국에서 내 야구는 끝난 줄 알았다.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돼 감사하다”며 “지난해 한국을 경험하긴 했지만 전체를 더 깊게 보지 못해 아쉬웠다. 미국에선 메이저리그, 트리플A를 오가는 애매한 선수로 팀을 옮겨 다녔겠지만 한국에선 조금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면서 현실적인 이유로 한국행을 원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지난해 SK 시절 킹험 /    soul1014@osen.co.kr
한국을 짧게나마 경험해봤기 때문에 문화는 익숙하다. 투구 전 심판에게 공을 받을 때도 모자를 벗어 목례를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킹험은 “상급자에게 인사를 하는 게 한국 문화라고 배웠다.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라며 “한국 문화는 익숙하지만 KBO리그 전체는 경험하지 못했다. 아직 상대해보지 못한 팀과 가보지 못한 구장이 많다. 그런 부분에서 아직 적응해야 할 것이 남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준비 과정은 순조롭다. 캠프 기간 라이브 피칭 때 최고 149km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연습경기에선 직구 구속이 최고 147km, 평균 143km로 측정됐다. 킹험은 “수술 후 재활이 잘됐다. 몸 상태는 문제없다. 선발로 던지기 위해 몸 만드는 과정에 있다”며 “구속은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상황을 위해 150km를 아껴놓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이날 경기 후 킹험에 대해 “초반보다 뒤로 갈수록 공이 좋아졌고, 경기 운영도 안정적이었다”며 “지금은 건강이 최우선이다. 건강하게 공 던지는 모습을 보니 고무적이다. 시즌 개막에 맞춰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을 가질 것이다”고 밝혔다. 
4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자체 청백전이 열렸다.1회초 한화 선발 킹험이 공을 던지고 있다. /cej@osen.co.kr
‘아프지만 않으면’ 충분히 통하고도 남을 투수라는 게 킹험을 바라보는 대체적 시각이다. 그만큼 건강이 중요하다. 개막을 한 달여 앞둔 킹험은 “설레고 흥분되면서 겁이 나기도 한다.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며 “아직 내가 가진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그라운드에서 보지 못한 팬 여러분들도 하루빨리 보고 싶다. 지난해 못한 것까지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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