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중견수 뜬공 타구에 1루 주자가 리터치했다. 수비가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2루로 태그업했다. 전력 질주로 슬라이딩을 들어가 순식간에 2루를 점령했다. 등번호 19번, 한화 외야수 강상원(24)이었다. 지난해 이용규(키움)가 한화에서 쓰던 19번을 물려받은 선수답게 날쌘돌이의 면모를 보여줬다.
한화 퓨처스 팀에 소속된 강상원은 4일 대전에서 열린 1군 팀과 연습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4타수 2안타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전날(3일) 첫 경기에도 좌중간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터뜨린 데 이어 2경기 연속 안타.
무엇보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회 안타 후 2루 도루에 성공했고, 3회에는 중견수 뜬공에 1루에서 2루로 깜짝 진루했다. 자체 연습경기이지만 수베로 감독 눈에 들기 위해 악착 같이 작은 틈을 파고들었다. 외야 수비에서도 폭넓은 범위를 보인 강상원은 이틀의 짧은 시간에도 수베로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상원은 지난 2016년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거의 끝순번에 지명된 우투좌타 외야수. 172cm 작은 키에도 빠른 발과 컨택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2018년 2년간 1군에서 39경기를 경험한 뒤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지난해 8월 제대 후 퓨처스리그에서 20경기를 뛰며 실전 감각을 쌓았다. 74타수 23안타 타율 3할1푼1리 도루 9개로 장기를 살렸다.
한화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이용규를 비롯해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방출하며 리빌딩에 들어갔다. FA 정수빈(두산) 영입이 무산되고, 외국인 타자도 내야수 라이온 힐리로 뽑으면서 허허벌판이 된 외야는 젊은 선수 중심의 내부 경쟁으로 새 기둥을 세운다. 주장 노수광이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강상원이 1군 진입 후보로 떠올랐다.

경기 후 강상원은 “수베로 감독님께 처음 모습을 보여드리는 기회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다하고 나오자는 각오로 이틀간 경기에 임했다. 결과가 좋아 아쉬움은 없고, 기분도 좋다”며 “내가 우리 팀에서 도루와 과감한 주루 플레이는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주루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누상에 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출루에 목적을 두고 타석에 들어갔는데 생각대로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강상원은 “군대에서 야구적으로는 공백이 있었지만 내게 부족한 힘을 기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주력했다. 전역 후에도 웨이트에 많은 신경을 썼는데 그런 부분이 점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개막 전까지 부상 없이 잘 준비하겠다. 1군에 올라가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강상원뿐만 아니라 신인 투수 김기중, 배동현, 내야수 송호정 등 퓨처스 선수 여러 명이 1군을 상대로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수베로 감독은 “퓨처스 선수들이 좋은 야구를 보여줬다. 경기 중반까지 퓨처스 팀이 리드하는 느낌이 들 만큼 수준이 있었다”며 향후 콜업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달 중순 시범경기 기간을 전후로 1~2군 엔트리 조정이 있을 전망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