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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주목한다"…日거장 구로사와 감독, 코로나 시대 한국 영화♥︎(종합)[현장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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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다는 게 매우 기쁜 일이다. 영화의 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수준 높은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저는 봐주시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웃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자신의 신작 ‘스파이의 아내’를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내놓은 소감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일본영화잡지 키네마 준보가 뽑은 2020년 최고의 일본영화로 선정됐다. 

영화 포스터

구로사와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의 아내’는 1940년 전쟁의 암운이 드리운 시대,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가 만주에서 목격한 엄청난 비밀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자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가 이를 만류하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드라마. 역사적 사실과 감독의 상상력이 만나 인간의 자유와 행복에 대해 말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9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화상 간담회에서 “코로나로 영화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분야에 다양한 변화들이 생겼다. 그 모든 게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세계와 다른 흐름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 ‘귀멸의 칼날’이라는 작품이 대히트 하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이를 통해 영화관에 좋은 작품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인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증명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포스터

그러면서도 전 세계 영화계가 극장에서만 ‘대박 날’ 상업영화만 제작하는 세태로 변질되지 않을지 우려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영화는 히트할 수 있는 영화만 극장에 걸어야 하고, 그 이외 사람들이 보지 않을 거 같은 영화는 걸지 않아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래서 영화관에 걸리지 않을 영화를 아예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저는 다양한 영화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코로나 사태로) 중소규모의 극장 개봉 영화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한국 관객들이 ‘스파이의 아내’를 보시고 일본에도 정말 특이한 작품이 있구나, 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요시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의 아내’(수입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40년대를 배경으로, 무역상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가 사업차 만주에 갔다가 그곳에서 엄청난 만행의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가정의 소박한 행복을 바랐지만, 남편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스파이의 아내'는 최근의 영화 흐름과 다른, 보기 드문 영화다. “예부터 돈을 많이 들인 작가주의 영화도 있고, 돈을 많이 들이지 않은 상업영화가 있다. 영화라는 것은 상업영화인지, 작가주의 영화인지 구분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자신만의 영화 철학을 전했다. “일본 영화계에서 실사 영화, 애니메이션이 주목받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언제나 다양한 영화가 나오는 게 좋다고 본다. 영화라는 존재가 없어진다면 매우 슬플 일인데, 아직은 다양한 형태의 영화가 나오기 때문에 저는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생각도 전했다. 구로사와의 작품은 호러 영화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작가주의 예술영화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날 그는 베니스영화제(2020)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고 생각하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웃음)”라고 늦은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알고 있지만 그 어디에 소개되지 않은 좋은 작품들이 많다. 이 영화제에서 제게 상을 주시고 영화를 봐주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수상에 대해서는 그런 점에서 매우 부끄럽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스파이의 아내’는 ‘큐어’(1997)와 ‘도쿄 소나타’(2008)를 연출한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번째 시대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1983년 ‘간다천음란전쟁’으로 데뷔, 1997년 ‘큐어’를 연출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1년 영화 ‘회로’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피프레시상을 수상했다. 이어 ‘밝은 미래’(2004), ‘절규’(2006) 등이 칸, 베니스영화제 등에 초청 받았으며 ‘도쿄 소나타’(2009)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5)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에 지난해 일본에서 금기시됐던 일본의 전쟁 범죄를 최초로 만들어 공개 후 큰 화제가 됐던 바다. 이날 감독은 “저의 첫 번째 시대물이었기 때문에 각본에 쓰인 대사대로 가야만 했다”며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한다거나 대사를 바꿀 수 없었지만, 각본 그대로 만드는 그만의 재미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일본 톱스타 아오이 유우가 평온한 가정을 지키길 원했던 평범한 일본 여성 사토코 역할을 맡았고, 주목받는 타카하시 잇세이가 세상에 악을 고발하기 위해 애쓰는 코스모폴리탄 유사쿠 역할을 맡았다. 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일본제국에 충성하는 헌병 분대장 타이지로 분해 긴장을 극대화했다. 

그는 “인물들의 일상을 많이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주제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 속 두 사람의 대사만으로도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했다.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관객들이 상상을 통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이상으로 표현하고 싶어도 예산상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최저로 보여주는 안에서 여러 가지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자신만의 의도를 전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주목하고 있는 감독이 있느냐는 물음에 “봉준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알폰소 쿠아론 감독 등 이 세분이 떠오른다”며 “이외에도 많이 주목하고 있는 분들은 많다”고 답변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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