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니폼을 입은 나상호(25, 서울)를 상대하는 김남일 감독의 마음은 더 애틋했다.
성남FC는 1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2021 하나원큐 K리그1 3라운드’에서 기성용의 핸드볼 파울로 후반 38분 뮬리치의 결승 페널티킥이 터져 FC서울을 1-0으로 제압했다. 성남(1승1무1패, 승점 4점)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나상호는 지난 시즌 성남에서 6개월 임대로 뛰며 성남의 K리그1 잔류에 기여했다. 가뜩이나 골가뭄으로 고생했던 성남에게 나상호는 소금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비시즌 나상호는 FC서울과 3년 계약을 맺었다. 나상호는 광주시절 은사였던 박진섭 감독의 부름에 응했다. 나상호의 잔류를 원했던 김남일 감독의 뜻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10일 서울전을 앞둔 김남일 감독의 마음은 착잡했다. 꼭 필요했던 나상호를 적으로 만났기 때문. 마침 나상호가 수원FC전에서 기성용의 ‘택배패스’를 받아 원더골을 넣었다. 멀티골이 폭발한 나상호는 리그득점 선두로 올라서며 2라운드 MVP에 선정된 터였다.
김남일 감독은 “나상호가 우리 팀에서 6개월을 뛰면서 좋은 효과를 냈다. 골가뭄을 해결해준 고마운 친구다. 내가 무릎을 꿇어서 라도 (나상호를) 붙잡아달라고 해야 했는데…붙잡고 싶었는데 (구단에)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나상호가 서울에서도 계속 좋은 활약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김 감독은 “서울 유니폼을 입은 나상호를 보니 낯설었다. 우리팀에 있을 때보다 자유롭게 뛰는 것 같다. 진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친정팀을 상대한 나상호는 날카로웠다. 후반 14분 나상호가 조영욱과 패스를 주고받은 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나상호의 슈팅이 김영광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서울의 가장 좋은 득점기회였다.
기성용의 택배는 나상호가 받았다. 후반 31분 기성용이 한 번의 롱패스를 나상호에게 연결했다. 우측면을 뚫은 나상호가 내준 공을 쇄도하던 박주영이 방향을 돌렸지만 골은 불발됐다. 기성용의 빌드업이 시발점이었다. 비록 골을 터트리지 못했지만 나상호는 충분히 위협적인 몸놀림을 보여줬다.
경기 후 김남일 감독은 “나상호 때문에 힘든 경기가 될 걸로 생각했다. 스피드가 있고 침투가 좋아 해결할 수 있는 선수다. 서울 가서 좀 더 그 친구가 가진 장점이 많이 나온다”며 옛 제자의 활약상을 인정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성남=조은정 기자 ce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