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대투수’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과 영상 통화를 하는 외국인 투수가 있다. 양현종이 떠난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은 애런 브룩스(31)가 그 주인공.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상 통화를 할 만큼 가까운 사이다.
지난해 브룩스의 한국 적응에 도움을 준 이가 양현종이었다. 메이저리거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은 브룩스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투수로 안다”며 양현종에게 조언을 구했고, 양현종 역시 한국 타자 상대법과 리그 특성을 알려줬다. 양현종을 ‘형’이라 부르며 따른 브룩스는 그 덕분인지 빠르게 KBO리그에 적응했다.
두 사람의 우애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더 깊어졌다. 지난해 9월 가족의 교통사고로 미국에 돌아간 브룩스를 위해 양현종이 위로와 격려 차원에서 ‘쾌유 릴레이’를 먼저 시작했고, 리그 전체가 브룩스 가족을 건강을 기원했다. 겨울에는 영어로 쓴 자필 편지와 브룩스 자녀들을 위한 한국 과자, 한복도 선물했다. 바다 건너 온 양현종의 따뜻한 정에 브룩스도 “진짜 남자”라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OSEN=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 이사부 통신원]양현종이 훈련장으로 향하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lsboo@osen.co.kr](https://file.osen.co.kr/article/2021/03/10/202103102218773974_6048e696a5417.jpg)
올해도 KIA에서 양현종과 같이 하고 싶었지만 꿈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그의 도전에 응원을 보냈다. 10일 대전 한화전 연습경기를 마친 뒤 브룩스는 “양현종과 메신저로 자주 연락을 하고 있다. 가끔은 영상 통화도 한다. 텍사스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고 이야기했다.
![[OSEN=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 이사부 통신원]양현종이 힘차게 볼을 뿌리고 있다. /lsboo@osen.co.kr](https://file.osen.co.kr/article/2021/03/10/202103102218773974_6048e696ebf14.jpg)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을 하고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합류한 양현종은 지난 8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 시범경기에 구원등판,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데뷔전을 치렀다. 5선발이자 롱릴리프 후보로 개막 로스터를 노린다. 11일 불펜 투구를 한 뒤 13~14일 중으로 시범경기에 다시 한 번 등판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 통산 47경기에서 9승13패 평균자책점 6.49를 기록한 ‘전직 빅리거’ 브룩스는 “나보다 나이 많은 형이기 때문에 조언을 해줄 순 없다”며 웃은 뒤 “경험이 많은 선수라 한국에서 하던 것을 토대로 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잘할 것이다. (크기가 작고 미끄러운) 메이저리그 공인구에만 적응하면 된다”고 응원했다.

KIA로 돌아온 브룩스는 이제 양현종의 공백까지 메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는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할 것 같다. 180이닝을 목표로 하겠다”며 “부담이 조금 되지만 젊은 선수들에겐 새로운 기회다. 나도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면서 그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