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환, 죽지 않는 선수" 고교 선배 김태균의 농담 속 극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3.11 08: 12

“정말 끈질긴 선수가 나왔네요.”
10일 대전에서 열린 KIA-한화전 연습경기. 5-5 동점으로 팽팽히 맞선 7회초 2사 2루에서 KIA 대타로 내야수 나주환(37)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 순간 한화 구단 자체 방송 ‘이글스TV’에서 중계 중이던 김태균(39)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반색했다. “정말 끈질긴 선수가 나왔다”며 “고교(북일고) 후배다. 말이 정말 많지만 예의 바르고 착하다. 끈질기게 죽지 않고 살아나는 선수”라고 농담을 던졌다. 
2년 선후배 사이로 김 위원이 3학년 졸업반 때 나주환이 북일고에 입학했다. 김 위원은 “1학년 때부터 3학년들보다 야구를 훨씬 잘했다. 1번, 3번 타순을 치면서 유격수를 볼 정도로 야구센스가 뛰어났다. 야구가 느는 게 한 달마다 보였다”고 고교 1학년 때 나주환을 회상했다. 

KIA 나주환 /dreamer@osen.co.kr

김 위원의 칭찬(?)에 힘을 받았는지 나주환은 한화 바뀐 투수 김진영의 변화구를 걷어 올려 중견수 키 넘어가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KIA의 7-5 승리를 이끈 결승타. 나주환이 힘껏 달려 2루에 도달하자 김 위원은 “천천히 뛰면서 빨리 뛰는 제스처를 한다. 덕아웃에서 볼 때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또 농담을 던진 뒤 “죽지 않는 선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태균-나주환 / soul1014@osen.co.kr
김 위원의 말대로 나주환의 야구 인생은 쉽게 죽지 않았다. 지난 2003년 2차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그는 올해로 19년차 베테랑. 두산에서 백업 멤버로 뛰다 2007년 4월 이대수와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뒤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다. SK 왕조 멤버로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군복무를 마친 뒤 예전 기량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2014시즌 후 FA 신청을 했으나 찬바람을 맞으면서 계약금 없이 1+1년 총액 5억5000만원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했다. 선수 생활의 내리막인가 싶었지만 2017년 주전 유격수를 탈환해 개인 최다 19홈런으로 부활했다. 2018년에도 12홈런을 치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2019시즌 후 SK로부터 은퇴 권유를 받고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섰지만 KIA로 무상 트레이드돼 현역을 연장했다. 지난해 64경기 타율 2할7푼9리 6홈런으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결정력 있는 타격과 3루 수비로 KIA에 힘을 보탰다. 
7회초 2사 KIA 나주환이 NC 권희동의 내야 땅볼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 위원에게 ‘죽지 않는 후배’ 나주환이 기특해 보였던 것 같다. 김 위원은 “노림수가 굉장히 좋은 타자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예측을 하고 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며 “정말 좋은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팀 내 수훈선수로도 선정된 나주환은 맷 윌리엄스 감독으로부터 봉투를 받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기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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