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생각이 나네요”
LG 트윈스 류지현 감독이 지난 9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성사된 이민호(19)와 소형준(KT 위즈, 19)의 선발 맞대결을 보면서 1994년 LG의 신인 트리오를 떠올렸다.
이민호와 소형준은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차지명을 받은 대형 유망주다. 지난 시즌 이민호는 20경기(97⅔이닝) 4승 4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하며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소형준은 26경기(133이닝)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을 활약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민호와 소형준의 맞대결은 소형준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민호는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사구 2실점으로 부진했던 반면 소형준은 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경기도 KT가 7-4로 승리했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10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동기이다보니 이민호가 소형준을 의식해서 힘이 들어간 것 같다. 그래서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동기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지는 것은 스타로서 필요한 자질이다. 오히려 이민호라는 선수를 더 높게 보는 계기가 됐다”라며 이민호의 승부욕을 좋게 바라봤다.
류지현 감독은 “1994년이 생각난다. 그때 나를 비롯해서 LG 신인 3인방으로 사랑을 받았던 서용빈, 김재현 모두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라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당시 LG 신인 3인방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LG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냈다.
“그 때는 아파트에서 숙소 생활을 할 때”라며 당시를 회상한 류지현 감독은 “아침에 일어나면 누구에게 팬레터가 많이 와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또 팬들에게 누가 더 전화가 많이 오는지 경쟁 의식을 펼쳤다. 나는 귀여운 스타일이라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라며 웃었다.
한국야구에 새로운 스타 탄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류지현 감독은 “옛날에는 스포츠 종목마다 ‘오빠부대’가 돌았다. 처음에 농구에서 시작을 했고 다음이 야구, 그 다음이 축구였다. 그런 흐름이 있었는데 우리 LG 신인 3인방이 야구 오빠부대의 중심이었다. 덕분에 여성팬들이 야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팬층이 넓어졌다. 프로야구 발전에 우리 3인방이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슈퍼스타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지현 감독은 “꼭 우리팀 선수가 아니어도 스타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민호와 소형준이 앞으로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같이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스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라며 어린 유망주들의 성장을 기대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