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친 것처럼' 볼넷에도 크게 환호, 한화 덕아웃이 시끄럽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3.12 05: 42

“이글스 화두는 공을 고르는 것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 덕아웃은 경기 내내 시끌벅적하다.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 몰입해 공 하나하나에 반응한다. 그런 한화 덕아웃에서 유독 큰 환호성이 터질 때가 있다. 타자가 볼넷을 얻어냈을 때, 마치 홈런이라도 친 것처럼 들썩인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이글스 화두는 공을 고르는 것이다. 유혹 당하지 않는 모습에 선수들이 굉장한 환호를 보낸다.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는 공을 골라냈을 때 상대 투수가 느끼는 압박감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한화 노시환이 솔로 홈런을 때려낸 뒤 더그아웃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cej@osen.co.kr

출루율을 중시하는 수베로 감독도 볼넷의 가치를 높게 본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록도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을 뜻하는 ‘볼삼비’. 수베로 감독은 “타자들의 타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볼삼비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화에서 볼삼비가 가장 좋은 타자는 키움으로 떠난 이용규로 1.64(59볼넷/36삼진)를 기록했다. 그 다음 타자가 정은원으로 볼넷과 삼진이 41개로 같아 정확히 ‘1’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타자들을 ‘1’ 미만이었다. ‘출루왕’ 김태균마저 은퇴한 상황에서 팀 내에 출루율 높은 타자가 태부족하다. 
한화 수베로 감독-정은원. /cej@osen.co.kr
스프링캠프 때부터 수베로 감독과 워싱턴 코치는 타자들의 접근법에 변화를 줬다. 수베로 감독은 “카운트 초반에는 노리는 공이 아니면 스트라이크로 흘려보내도 좋다”며 “스트라이크존 전체를 커버하는 것보다 명확하게 자신만의 존을 설정한다면 카운트를 길게 가져갈 수 있다. 선수들이 메시지를 잘 받아들여 생각하는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수베로 감독은 가장 좋은 예로 3년차 거포 유망주 노시환을 들었다. 노시환은 3차례 연습경기에서 9타수 3안타를 치면서 볼넷도 3개를 골라냈다. 지난 2019~2020년 각각 5.7%, 8.5%에 불과했던 타석당 볼넷 비율을 현재 연습경기에서는 25%로 높였다. 수베로 감독은 “선구안을 타고난 선수들도 있지만 훈련을 통해 발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워싱턴 코치가 정진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unday@osen.co.kr
올 시즌 한화 야수 구성상 방망이로 쳐서 내는 점수는 한계가 있다. 멀리 칠 수 있는 장타자도 많지 않다. 최대한 볼을 골라 출루율을 높이며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전략이 필수다. 수베로 감독은 “투구수를 늘리면 상대 불펜도 빨리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볼넷에 높은 가중치를 두는 수베로 감독이 한화 야구 색깔을 점차 바꾸기 시작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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