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와 감독 사퇴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KB손해보험이 대한항공에 완패를 당했다.
KB손해보험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대한항공과의 원정경기서 세트 스코어 0-3(17-25, 17-25, 21-25)으로 패했다.
경기 전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는 KB손해보험이었다. 지난달 22일 센터 박진우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리그 중단 기간 선수단 전체가 자가격리하며 컨디션이 저하된 상황. 여기에 과거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박철우(한국전력)를 폭행한 사건이 다시 이슈화된 이상열 감독이 결국 13일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KB는 이경수 감독대행 체제로 이날 인천을 찾았다.

경기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상황. 사전인터뷰에서 만난 이경수 대행은 “격리 기간 홈트레이닝을 하더라도 평소 훈련량에 절대 미치지 못한다. 무리한다고 해서 경기력이 바로 좋아지는 게 아니기에 강도를 낮춰서 훈련을 진행했다”며 “심리적인 영향도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이중고에 우려를 표했다.
1세트 초반까지는 대등한 양상이 전개됐다. 긴 휴식을 취하고 온 주포 케이타의 몸놀림이 가벼워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케이타가 9점으로 분전했지만, 김정호, 정동근 등 국내 공격수들의 지원이 부족했고, 승부처 잦은 범실로 인해 1세트에만 무려 10개의 범실이 기록됐다.
2세트에는 3-4에서 케이타의 강력한 스파이크가 3번 연속 블로킹 벽에 저지당했다. 전반적인 경기력도 앞선 1세트보다 무기력했다. 여전히 잦은 범실과 함께 상대의 다양한 공격 패턴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상대 주전 세터 한선수가 자가격리로 빠졌지만, 백업 황승빈의 세트 플레이에도 고전했다. 케이타의 공격성공률 역시 64.29%에서 23.53%로 현저히 떨어졌다.
3세트는 아예 시작부터 6점을 연속해서 헌납했다. 케이타의 공격은 아웃됐고, 요스바니의 공격은 받아내지 못했다. 서브 에이스와 후위 공격을 장착한 케이타를 앞세워 앞선 세트보다 근접한 격차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는 정지석에 당하며 추격을 멈춰야 했다. 다만, 20점 이후 특유의 끈질긴 경기력을 회복한 부분은 위안거리로 남았다.
KB손해보험은 이날 패배로 3연패에 빠지며 시즌 17승 15패(승점 52) 3위에 머물렀다. 1경기를 덜 치른 4위 한국전력과의 격차는 불과 승점 1점. 5위 OK금융그룹에도 2점 차로 쫓기는 상황이다. 남은 4경기서 이경수 대행이 위기의 KB손해보험호를 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의 분위기와 경기력으로는 3위 수성이 힘겨워 보인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