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베테랑 투수 송은범이 마운드에서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LG팬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송은범이 마운드에서 옅은 미소를 지으면, LG팬들은 한숨 짓게 된다. 반대로 송은범이 얼굴을 찡그리면, LG팬들은 안심하고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그의 표정을 보면 경기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송은범이 마운드에서 웃을 때는 주로 타자에게 홈런을 맞거나 장타를 허용한 뒤다.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안타를 허용한 투수가 웃으니, 팬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때도 있다. 송은범은 그 이유를 묻자 “내가 던진 공이 제대로 잘 들어갔는데, 타자가 잘 치면 ‘나이스 배팅’이라고 하고 웃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결정구가 얻어 맞으면 더 열 받지 않을까. 그는 “아니다. 내가 잘 던졌는데, 타자가 잘 친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열 받으면 그 다음 공에 힘이 들어가고 더 안 좋다. 마음 편하게 털고 웃으면서 다음 타자와 승부에 집중해야 한다. 반대로 실투가 들어갔는데, 타자가 제대로 못 쳐서 아웃될 때도 있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송은범은 올 시즌이 FA 2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그는 “바람이 흘러가는 대로, 물이 흘러가는 대로 갈 것이다. (재계약을 위해 잘해야 한다) 그런 생각 없이 똑같이 준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적이 아쉬웠다. 변명 같지만 송은범은 시즌 초반 어긋난 출발을 언급했다. 송은범은 시즌 첫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가 난타(2⅓이닝 9안타 5실점) 당한 뒤 곧바로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그는 “선발과 중간 투수는 차이가 있다. (캠프에서) 선발 투수로 준비하며 몸을 만들었다가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연투에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 2군에서 조정기를 갖고서 후반기에는 불펜 투수로 구위가 올라왔다. 송은범은 “2군에서 먼 거리에서 캐치볼을 매일 하면서 불펜 투수의 몸을 다시 만들었다”고 했다.
전반기 20경기에서 1승 2패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던 송은범은 후반기에는 36경기 3승 무패 4홀드 평균자책점 3.11로 반등했다. 특히 8월에는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0으로 좋았다. 9월 두 차례나 1경기 3실점으로 흔들린 적이 있었지만, 10월 13경기에서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0.77로 언터처블 구위를 자랑했다.
송은범은 스프링캠프에서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다. 남부 연습경기 투어에서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3일 NC전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7일 롯데전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10일 KT전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연습경기 3차례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3탈삼진으로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LG 불펜에선 마무리 고우석을 비롯해 정우영, 이정용 등 젊은 우완 투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베테랑 송은범이 이들을 부담을 덜어준다면 불펜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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