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호(27·두산)에게 그 때 ‘그 사건’은 자신의 야구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강승호는 SK(현 SSG) 시절이었던 2019년 4월 음주 사고를 내며 임의탈퇴와 함께 KBO로부터 출전정지 90경기, 봉사활동 180시간, 제재금 1천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촉망받는 내야수였던 그가 스스로 자초한 야구인생의 위기였다.
최근 잠실 스프링캠프서 만난 강승호는 “의도치 않게 쉬게 됐지만, 많은 도움이 됐다”며 “확실히 유니폼을 벗어보니 많은 걸 알게 됐다. 절실함이 생겼고,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한층 성숙해졌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지난해 8월 이전 소속팀에서 임의탈퇴가 해제된 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두산이었다. 12월 FA 최주환의 보상선수로 지명되며 두산 유니폼을 입게된 것. 불미스러운 전력과 함께 아직 출장정지 징계가 남아있지만, 두산은 그의 잠재력과 진정성을 보고 영입을 단행했다.
강승호는 빠르게 팀에 적응하며 현재 최주환이 떠난 2루의 새 주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긴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은 상황. 연습경기 공수 활약도 인상적이다. “지금 당장 개막해도 주전 내야수를 맡을 수 있다”는 김태형 감독의 칭찬도 있었다.
강승호는 “쉬는 동안 개인운동을 많이 했다. 이미지트레이닝에 심리적인 준비까지 철저히 하면서 현재 원활하게 캠프를 치르고 있다”며 “(몸 상태가) 계속 야구를 해왔던 때와 비슷하다”고 비결을 전했다.
그렇다고 방심은 없다. 강승호의 최종 오디션장은 2019년 4월 14일 KIA전을 끝으로 밟지 못한 1군이다. 연습경기라 할지라도 매 타석 진지한 자세로 무뎌진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 중이다.
강승호는 “그 동안 경기를 많이 안 뛰어서 타이밍에 초점을 두고 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고 있다”며 “수비 역시 빠른 타구를 받지 못해 걱정이 됐는데 코치님과 형들 조언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순조로운 적응을 알렸다.

두산이라는 새 팀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강승호는 “야구를 잘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기술도 서로 자주 공유한다”며 “이래서 야구를 잘하는 팀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화가 잘 만들어져 있다”고 흡족해했다.
다만, 강승호는 좋은 페이스에도 오는 4월 3일 개막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가 개인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아직 26경기의 출전정지 징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는 5월 4일 LG와의 어린이날 시리즈부터 복귀가 가능하다.
강승호는 “징계 기간 동안 퓨처스리그도 못 뛰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한 달 정도라 큰 지장은 없겠지만, 그래도 아쉽긴 하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한다. 훈련을 많이 하고 TV 중계를 보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할 것이다. 똑같이 잘 준비하겠다”고 공백기 계획을 전했다.
두산에서의 목표는 1군 정착이다. 김 감독이 바라는 베테랑과 신예의 가교 역할도 잘 수행하고 싶다. 강승호는 “개인적인 성적은 생각하지 않는다. 징계를 다 마치면 계속 1군에 붙어 있고 싶다”고 밝혔다.
음주사고로 인해 여전히 1군 복귀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강승호 역시 이를 알고 더욱 구슬땀을 흘리며 팬들에게 용서받을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강승호는 “마냥 좋게 보시진 않겠지만 그래도 쉬는 동안 준비도 반성도 많이 했다”며 “최대한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사죄를 구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