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악바리가 돼야 한다” 이정훈 코치, 화수분 두산에 근성 입힌다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3.16 05: 30

현역 시절 ‘근성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이정훈(58) 코치가 두산 화수분야구에 ‘악바리 DNA’를 주입한다.
이정훈 코치는 지난 3일 두산 베어스 2군 타격코치로 정식 선임됐다. 2016년 한화 이글스 육성군 코치를 끝으로 현장을 떠난지 5년만의 복귀였다.
그렇다고 지난 4년 동안 야구계를 떠나있었던 건 아니다. 2017~2018년 한화 스카우트팀장, 2019년 한화 연고지 기술위원장을 역임하며 프런트 임무를 수행했고, 2020년부터 한일장신대학교, 여주대학교 등에서 아마야구 육성에 매진했다.

이정훈 두산 베어스 2군 타격 코치 / backlight@osen.co.kr

이 코치는 “난 지도자이기 때문에 항상 선수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여주대학교에서 타격 인스트럭터를 하고 있는데 김태형 감독님의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아마추어에 비해 프로는 여건도 좋고, 좋은 선수도 많아 열정이 생겼다”고 복귀 배경을 전했다.
4일 첫 출근한 이천 베어스파크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코치는 “10개 구단 중 최고의 2군 육성 시설이다. 선수들도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사장님, 단장님이 수시로 오시며 2군을 향한 구단의 관심 또한 크다”며 “그래서 두산이 계속 정상을 유지하는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차별화된 시스템을 느꼈다. 내가 또다른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1987년 빙그레에서 데뷔해 1997년 OB에서 커리어를 마감한 이 코치는 현역 시절 몸을 사리지 않는 독한 플레이를 펼치며 ‘악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결과 1987년 신인왕, 1991년과 1992년 두 시즌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다. 프로 통산 기록은 918경기 타율 .299 918안타 66홈런 353타점. 그리고 이제 그 악바리 근성을 두산 2군 선수들에게 전수하려 한다.
이 코치는 “현역 때 악바리, 탱크, 불도저, 독사 등 별명이 많았다. 당시 관중들의 비난과 야유가 많았는데 그걸 듣기 싫었다. 그래서 치고 살아나가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다”며 “프로 선수는 누구나 악바리가 돼야 한다. 그러면서 허슬플레이가 나오고, 야구가 더 재미있어진다. 수준 높은 경기를 해야 관중이 증가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좀 더 프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 코치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승부 근성 때문이었다. 김 감독 역시 근성이 부족한 선수는 1군에 콜업하지 않는다.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 팀장
이 코치는 “감독님이 1군에서 조금 기량이 떨어지는 1.5군 선수들을 육성해서 1군에 보탬이 되고, 또 나아가 팀의 미래를 만드는 역할을 주문했다. 책임감이 크다”며 “고통 없는 1군 진입은 없다. 2군과 1군은 타구 속도, 배트 스피드에서 차이가 크다. 선배들을 이기려면 고통스럽고 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휘 방향을 설명했다.
프로를 잠시 떠나있으면서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독한 마음만을 주문하며 강하게 선수를 몰아붙였다면, 이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려 한다.
이 코치는 “주위에서 강성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야구장에서만 그렇다”고 웃으며 “시대가 바뀌어 요즘은 선수들에게 폭행, 폭언을 전혀 할 수 없다. 어떻게든 선수들과 신뢰를 쌓아가면서 믿고 가야 한다. 이전처럼 강하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선수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승부의 세계에서 진다는 건 굴욕이고 치욕이다. 프로선수 특유의 강한 마인드는 준비가 돼야 한다”며 “여기는 아마추어, 생활체육이 아니다. 물론 질 때도 있지만, 요즘 선수들은 프로 정신이 조금 부족하다. 조금만 더 독하게 하면 될 것 같은데 힘들면 빨리 놔버린다. 노력하고 연구하는 선수들이 좀 더 근성을 갖는다면 훨씬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프로의 자세를 역설했다.
이 코치는 부임 열흘 만에 벌써 퓨처스리그의 재능 있는 타자들을 여럿 찾아냈다. 정확히 말하면 잠재력은 풍부한데 이를 터트리지 못하는 선수들을 키우기 위한 육성 플랜을 세웠다. 핵심은 체계적인 두산 육성 시스템에 풍부한 지도자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와 현역 시절 악바리 근성을 입히는 것이다.
이 코치는 “그동안 야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젠 나 하나로 부족한 선수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대학야구에서 배팅볼을 1시간씩 던져도 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힘이 들지 않았다”며 “여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 선수들이 기뻐하고 두산의 미래가 밝아진다면 그걸로 됐다. 그게 앞으로 내가 해야할 임무”라고 설명했다.
화수분 야구에 악바리 DNA가 주입되면 어떤 야구가 펼쳐질까. 안 그래도 강한 두산이 더욱 강해지는 건 아닐까. 이 코치는 “한 번 기대해 보세요”라며 껄껄 웃었다.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