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부터 예사롭지 않다. ‘괴물’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벌써부터 최고 148km를 찍으며 올 시즌 구속 상승을 예고했다.
류현진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 퍼블릭스 필드 앳 조커 마찬트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4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범경기 첫 선발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1.50.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1회부터 두 타자 연속 삼진으로 시작하며 2회까지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류현진은 3회 1사 1,2루 위기에서도 체인지업으로 연속 삼진을 잡고 실점 없이 막았다. 4회는 다시 공 7개로 삼자범퇴. 4이닝을 49개의 공으로 끝냈다. 당초 예정된 60구를 다 못 채운 류현진은 불펜에서 15개 공을 더 던지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주무기 체인지업에 구석구석 파고드는 날카로운 커터, 각도 큰 느린 커브 등 모든 구종이 빛났다. 1회 제이머 칸델라리오에게는 4구째 92.2마일(148km) 포심 패스트볼 직후 5구째 73.3마일(118km)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강타자 미겔 카브레라도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빼앗겨 1루 파울플라이와 3루 땅볼로 물러났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었다.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92.2마일로 148km까지 나왔다. 평균 구속 역시도 90.5마일로 146km. 힘 있는 패스트볼에 먹힌 타구들이 양산됐다. 아직 3월 중순 시범경기인 것을 감안하면 페이스가 아주 좋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도 경기 후 “류현진이 작년보다 더 강하게 공을 던진다. 패스트볼에 힘이 느껴진다”며 구위를 호평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89.8마일(145km)로 빅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90마일을 넘지 못했다. 특유의 커맨드와 노련미로 특급 성적을 냈지만 구속이 떨어지는 날은 고전했다. 코로나19 탓에 7월 섬머캠프를 짧게 소화한 뒤 맞은 시즌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7월3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88.8마일(143km)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변수 없이 정상적인 일정으로 시즌 개막을 준비 중이다. 류현지은 이날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이닝수, 투구수를 차근차근 올리고 있다. 시즌 개막까지 3주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몸이 다 맞춰질 것 같다”며 “지난해는 짧은 기간에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올해는 정상적인 일정으로 캠프가 진행 중이라 몸 관리에 있어 너무나도 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변수로 빌드업 과정이 부족했던 지난해 첫 2경기는 각각 4⅔이닝 3실점, 4⅓인이 5실점으로 부진했다. 류현진은 “올해는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지난해 초반 몇 경기가 힘들었는데 다시 겪고 싶은 생각은 없다. 첫 경기부터 준비된 상태에 나갈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론토의 정규시즌 개막전은 내달 2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 보름가량 시간이 남았지만 류현진의 시즌 준비는 벌써 끝난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