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은 태어나 처음" 윌리엄스, 지갑 열어 상금 챙겨준 무명 박정우 사연 [오!쎈 광주]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1.03.16 17: 39

"2군에 저런 선수가...".
KIA 타이거즈 5년 차 무명의 외야수 박정우(23)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홈런을 쳤다. 프로 첫 홈런이 아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첫 아치이다. 감독은 사비를 털어 MVP 상금을 챙겨주며 응원했다.
박정우는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퓨처스 팀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전해 투런홈런 포함 4타석 3타수 2안타 1볼넷 1도루의 깜짝 활약을 펼쳤다. 

박정우가 16일 자체 연습경기후 첫 인터뷰에 응하며 웃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3회 첫 타석은 에이스 애런 브룩스의 볼을 정타로 밀어쳤으나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그러나 0-2로 뒤진 5회초 2사2루에서 김현준의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홈런을 작성했다. 
맞는 순간 딱 소리가 나더니 오른쪽 담장 너머 불펜 지붕 위로 손살같이 날아가는 대포였다. 초등학교 이후 야구에 입문한 이후 처음으로 느끼는 손맛이었다.  8회는 2루수 강습안타로 출루해 도루까지 성공했고, 10회는 볼넷을 골랐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박정우를 MVP로 지명하고 사비를 털어 상금을 건넸다. 자체 연습경기는 구단 상금이 없자 직접 지갑을 열었다. 
박정우는 빠른 주력을 갖춘 외야수로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7년 2차 7번에 낙점받았다. 아직 1군 데뷔를 못했다. 수비력과 주루는 높은 평점을 받지만 타격이 문제였다. 현역병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치고 허벅지 부상 재활을 거쳐 작년 퓨처스 리그에 복귀했다.
박정우가 힘차게 타격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경기후 박정우는 첫 홈런 기념구를 소중하게 챙겨 인터뷰에 응했다. 연습경기이지만 생애 첫 홈런의 의미가 컸다. " 홈런은 오늘이 처음이다. 홈런인 줄 몰랐다. 멀리가 봤자 펜스 앞에서 잡힐 줄 알았다. 바람을 타서 생각보다 더 갔다. 슬라이더였는데 공만 맞춘다고 생각했는데 앞에서 맞았다"며 웃었다.
이어 "오늘은 1군을 상대로 뭔가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 있는 수비로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는데 더 보여준 것 같다. 감독님이 '2군에서 이런 선수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MVP 상금을 주셨다"고 말했다. 마스크에 가렸지만 입이 더욱 커지는 것 같았다.
KBO리그 간판 투수 애런 브룩스의 볼을 상대한 것도 값진 경험이었다. "볼이 너무 빨라 직구인지 변화구 인지 몰랐다. 그런 볼 처음봤다. 첫 타석(좌익수 뜬공)은 그냥 방망이를 돌리다 중심에 맞았다. 진짜 큰 경험을 해 기뻤다"고 수확도 밝혔다. 
고민은 타격이었다. "수비와 주루플레이는 경쟁력이 있다. (타격은) 아직 한침 멀었다. 피지컬도 많이 모자라고 힘도 차이 난다. 더 해야할 것 같다. 스피드도 어중간하다. 일단 힘을 더 키우겠다. 발을 들지 않는 타격으로 바꾸며 타이밍이 맞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우가 1루에 출루해 도루를 노리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마지막으로 "군에서 키움 이정후와 김혜성 등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존심이 생기더라. 올해는 일단 2군에서 독보적으로 잘하는게 먼저이다. 내년에는 (정식 선수) 등번호를 받고 싶다. 1군 정식경기에서 첫 안타, 첫 홈런 때려 기념구 가지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소망하기로 했다. 
박정우는 육성선수 신분이다. 1군 출전은 5월부터 가능하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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