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광란의 봄 보냈던 前한화 외인 “절실함에 3볼 타격했다가 욕먹어”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1.03.17 14: 12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외국인타자 제이크 폭스(38)가 2011년 뜨거웠던 시범경기의 추억을 떠올렸다. 
폭스는 2015년 한화에 대체 외국인타자로 합류해 38경기 타율 2할7푼8리(108타수 30안타) 7홈런 25타점 OPS .848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한화와 재계약에 실패했고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해 마이너리그 코치를 맡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폭스는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통산 4시즌 193경기 타율 2할3푼7리(489타수 116안타) 20홈런 73타점 OPS .714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사진]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제이크 폭스. / OSEN DB

하지만 2011년 시범경기만큼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공식매체 MLB.com은 “폭스는 2011년 시범경기에서 27경기 동안 슬래시라인 .297/.325/.797을 기록하며 홈런 10개와 2루타 7개를 날렸다. 162경기로 환산하면 60홈런에 해당하는 대단한 페이스였다”라며 폭스의 2011년 봄을 재조명했다. 
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었던 폭스는 “나 같은 선수는 사실 매력적이지 않다. 잘 달리지도 못하고 수비도 잘하지 못한다. 당시에 나는 포지션이 없었다”라면서 좋은 타격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던 과거를 회상했다. 
절실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 폭스는 훗날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맥스 슈어저와 데이빗 프라이스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기도 하며 놀라온 활약을 이어갔다. “나는 그때가 내 커리어에서 가장 타격이 좋았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폭스는 “나는 팀에서 자리를 얻기 위해 뭐든지 하려고 했다”라며 몇몇 일화를 소개했다. 
그중 하나는 3볼에서는 타격을 하지 말라는 불문율을 깨버리고 스윙을 했던 일이다. 폭스는 팀이 13-3으로 이기고 있는 8회 2사 3루, 3볼 상황에서 가운데로 들어온 공을 타격했고 파울이 됐다. 상대팀이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짐 릴랜드 감독은 폭스에게 욕을 퍼부었다.
“홈런 10개를 치고도 메이저리그에 갈 수 없다면 11개를 쳐주겠어”라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폭스는 “결국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대주자로 교체됐다. 벅 쇼월터 감독이 왜 타격을 했는지 질책했고, 나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가족의 생계는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쇼월터 감독도 내 상황을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폭스는 볼티모어의 백업 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했고 그해 27경기 타율 2할4푼6리(61타수 15안타) 2홈런 6타점 OPS .756이라는 성적만을 거둔채 6월 팀에서 방출됐다. 이후 폭스는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렇지만 폭스는 “혼란스럽고 미칠듯한 봄이었다. 서커스 같았다. 나는 팀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고 동시에 갓 태어난 아이를 잘 보살피려고 했다. 재밌었다. 나는 제2의 호세 바티스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내 자리를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라며 뜨거웠던 봄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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