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구종 커브 효과 만점, 직구-슬라이더 투피치 탈피
약점이었던 좌타자 상대로 병살타 2개 유도 자신감
어린 나이에도 마운드에서 배짱이 두둑한 선수다웠다.

LG 2년차 투수 이민호(20)가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무실점 기록보다 다양한 실험을 해보면서 좋은 결과를 얻은 투구 내용이 더 소중했다.
이민호는 1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 146km까지 나온 직구(24개)와 슬라이더(9개), 커브(9개), 체인지업(1개) 등을 던졌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이민호는 직구와 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였다. 슬라이더 궤적이 커터와 비슷해 타팀 기록원이 혼동하기도 했다. 가끔 커브와 포크볼을 던졌다.
이날 눈에 띄는 장면은 두 가지였다. 43구를 던진 그는 커브를 슬라이더 만큼 많이 던졌다. 2회 박동원을 바깥쪽 떨어지는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는데, 122km 커브로 인상적이었다.
또 1회 무사 1루에서 타격감이 좋은 좌타자 이용규를 유격수 병살타, 3회 무사 1,2루에서 좌타자 박준태를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모두 좌타자 상대로 얻은 결과가 고무적이다. (이민호는 지난해 좌타자 피안타율 .305, 우타자 피안타율 .202로 좌타자에 약했다)
이민호는 경기 후 커브 구사에 대해 “잘 들어간 것도 있고, 안 들어간 것도 있다. 연습경기이고, 말 그대로 연습으로 많이 던졌다. 시즌 때 많이 쓸 수 있도록 더 준비를 해야 한다”며 “체인지업은 1개 던졌다. 커브와 같이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규, 박준태를 병살타로 잡은 구종은 둘 다 직구였다. 평균 144km 구속을 보인 직구에 힘이 있어서 타구가 유격수 쪽으로 굴러갔다.
시즌 때 커브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연습경기에서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많이 던져서 손에 익혀야 한다. 이민호는 “지난해 커브와 스플리터를 안 던진 것은 아닌데, 직구와 슬라이더가 80% 넘는 비중이어서 상대가 그기에 맞춰 들어왔다. 커브를 보여주면, 타자가 직구와 슬라이더 외에 다른 구종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좌타자와 우타자 피안타율이 1할 차이가 났다. (약했던) 좌타자 바깥쪽 흘러가는 공을 만들어야지 생각하고 있다. 연습을 하는 거니까 체인지업도 던졌다”고 말했다. 체인지업도 당장 올해 구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앞으로 야구를 길게 하기 위해 익히고 있다. 새 구종을 단숨에 익히기도 어렵기에.
그러면서 이민호는 “말그대로 연습경기 아닌가. 볼넷, 홈런을 맞더라도 커브를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시험하고 있다. 시즌 경기에서는 연습을 못하지 않는가. 연습경기에서 맞더라도 많이 시험해 보려고 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민호는 올 시즌 목표로 승수가 아닌 130이닝을 언급했다는 지난해 97⅔이닝을 던진 그는 "올해는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일이 없을 거고, 일주일에 한 번은 던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작년보다 30~40이닝은 더 던지지 않을까 해서 130이닝을 잡았다. 안 아프고 된다면 규정이닝도 채우고 싶다. 일단 내 몸이 되어야지 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민호는 지난 9일 KT와 연습경기에서 소형준과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이민호는 1이닝 2실점, 소형준은 2이닝 무실점으로 상반됐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민호가 소형준을 의식했나보다’라고 농담 섞인 말을 했다.
이민호는 "맞붙었다는 기사들을 봤는데, 연습경기라 서로 이길 생각보다는 첫 등판에서 자기 할 것에 집중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형준이도, 서로 의식은 없다. 내 몸 상태와 밸런스가 안 좋아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 시즌 때 형준이와 맞붙으면, 누구와 붙어도 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다. 상대 타자와 붙는거지, 상대 투수랑 붙는 게 아니다. 신경은 안 쓰고 타자들에만 신경쓰려고 한다. 형준이도 그럴거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