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지나 이룬 가수 꿈-김달중 씨, '잠비'로 노래한 사랑의 아픔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21.03.17 10: 00

‘잠비: 여름에 일을 쉬고 낮잠을 잘 수 있게 하는 비라는 뜻으로, 여름비를 이르는 말.(국립국어원)’
스스로 신인가수라고 일컫는, 환갑이 지난 한 노 가수가 ‘잠비’라는 타이틀곡을 들고 세상에 나섰다. 유년 시절부터 노래를 불렀고, 성인이 돼서도 재야(在野)에서 음악 활동을 줄곧 해왔던 그 가수의 이름은 김달중(62) 씨다. ‘잠비’ 는 그의 50년 음악 활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노래다.
빗소리를 배경에 깔고 우수 띤 음색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그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미련 미련 미련 미련~~
마음을 다독였는데 결국에 울고 만 그날, 이별 이별 이별 이별~~
퍼붓는 잠비 속으로 걷고 또 걷고 걸어도
그 사람 밉기는커녕 오히려 더 눈물
사랑이 없는 자리에 턱 하니 버티고 있는, 후회 후회 후회 후회~~
사랑이 지나간 자리 좀처럼 아물지 않는, 아픔 아픔 아픔 아픔~~
미워는 말자 했는데 결국엔 원망을 하는, 미움 미움 미움 미움~~
취한 채 잠비 속에서 씻고 또 씻고 씻어도
그 추억 지우긴커녕 오히려 더 아픔
잊어야 하는 가슴에 질기게 매달려 있는,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아~~~~~사랑~~~사랑~~~”
흔한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삼은 노래지만 가수의 가창력이 심금을 울리는 데다 ‘늦깎이 가수’ 삼촌을 바라보는 조카의 글이 알려지면서 더욱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달(Moon)’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달중 씨는 사실 무명가수라고 하기에는 그의 이력이 만만치 않다. 일찍이 그의 나이 열 살 때인 1969년에 서울 세운상가 주최 신인가수 선발대회에 입상(당시 작곡가 황문평 심사)한 것을 신호로 1977년에는 KBS가 주최한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선에서 입상해 KBS 전속가수로도 활동했다.
1993년부터 1996년 사이 그룹사운드 조커스에 합류, 소공동 롯데호텔 아나벨리스 클럽에서 연주 하는 등 음악 세계를 떠나지 않았다.
김달중 씨는 특히 2017년 이후 현재까지 ‘한울타리 남매 봉사단’ 일원으로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을 순회하면서 소외계층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울타리남매봉사단’ 은 김달중 씨 형제와 누이들로 구성된 가족 봉사단이다. 그의 남매들은 저마다 노래와 악기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데다 끈끈한 우애를 바탕으로 ‘합심(合心)’해 무료 자원봉사를 쉼 없이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저마다 ‘민속적인 재능’을 타고났다. 부친인 고 김용익 선생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아리랑여성국극 단장과 충남여성농악 단장을 역임했고, 모친인 고 이농주 여사는 내포제 판소리 가야금병창 명인으로 특히 충남 일대에 그 명성 자자했다.
7남매의 맏이인 김진중(74) 가연무용단 단장을 비롯해 여동생 김선중(71) 가연무용단 부단장, 남동생 김호중(69) 학암국악연구소 대표, 쌍둥이인 김치중(은혜교회 장로, 전 주식회사 BCK 대표), 아마국수 출신으로 시니어바둑리그 삼척해상케이블카 선수로도 활약했던 프로바둑 기사 김철중(이상 66) 씨가 김달중 가수와 더불어 ‘한울타리 남매 봉사단’을 구성하고 있다.
그동안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꿈의 한 자락을 펼친 삼촌을 응원하기 위해 이번엔 조카도 나섰다. 김달중 가수의 맏형인 김호중 씨의 아들 김선경(40. 금융공기업 근무) 씨는 한국기원 바둑연구생 출신으로 영화 ‘스톤’의 대사 “이세돌만 바둑기사고, 박지성만 축구선수더냐? 다른 사람 인생은 인생도 아니더냐”를 인용, 삼촌의 노래 취입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유치원 시절 일이었다. 군부정권 치하 거칠게 놀던 시절이라 내 친구 한 녀석은 자신의 삼촌이 싸움을 잘한다며 자랑을 해댔다.‘우리 삼촌 태권도 검은 띠야. 싸움 잘해.’ 그 말에 나는 해맑게 답했다. ‘우리 삼촌은 가수야.’그러자 그 녀석은 유치원 선생님에게 그 말을 고했고 유치원 선생님은 나에게 물었다.
‘너희 삼촌 가수라고? 이름이 뭐니?’나는 여전히 해맑게 삼촌의 이름을 말했고, 유치원 선생님은 나에게 말했다.‘피! 그런 가수는 없어.’
졸지에 나는 친구와 선생님한테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그 뒤로 나는 한 번도 내 삼촌이 가수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 삼촌이 창피해서가 아니라 말해본들 거짓말쟁이 취급을 당할테니까.
내 심정이 이럴진대 50년 넘게 그렇게 살아온 삼촌은 오죽했을까. 아무튼 그런 삼촌이 50년 넘은 무명생활 끝에 작게나마 곡을 하나 내셨다. 비록 큰 뜻을 품고 낸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50년 넘게 음악만을 하며 살아온 그분의 인생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 자신 있게 말해보겠다.
우리 삼촌은 가수다. 비록 이름은 없고, 히트곡이나 앨범 하나 없었지만 평생 음악만 하고 살아오셨다. 이제라고 자신만의 곡을 세상에 소개한 진정성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조심스럽게 그 노래를 링크해 본다.”
그 곡이 바로 잠비(Summer Rain)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