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래왕' 노시환, "야구 잘해야, 복면가왕 나가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3.20 06: 04

한화 유망주 노시환(21)은 거포로서 잠재력만큼 뛰어난 가창력으로 눈길을 끈다. 지난겨울 구단의 팬송 제작 영상에 참여한 노시환은 가수 김범수의 '끝사랑'을 호소력 짙은 보이스로 열창했다. 이 영상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인상 깊게 봤고, 거제 스프링캠프 훈련 중 막간의 시간에 직접 노래를 시키기도 했다.
한화의 연습경기 자체 중계 때도 공수교대 사이에 노시환의 끝사랑 영상이 반복 재생돼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노시환은 "야구 선수인데 어디 가면 '노래 불러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신인들이 입단해서 자기소개할 때도 노래를 시키는데 매번 내가 노래 시범을 보인다"며 웃은 뒤 "야구 선수로서 야구를 잘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팀 내 최다 12홈런을 터뜨리며 '포스트 김태균' 가능성을 보여준 노시환은 올해 한화 타선의 키를 쥐고 있다. 수베로 감독과 조니 워싱턴 코치 모두 그를 타선의 핵심으로 지목한다. 워싱턴 코치는 "노시환은 스윙 파워가 정말 좋다. 잘 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 공을 건드리기만 해도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해 좋은 공을 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5회말 한화 노시환이 솔로 홈런을 때려낸 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cej@osen.co.kr

노시환은 연습경기 기간 다양한 시험을 했다. 지난해 후반부터 다리를 들지 않는 토탭으로 치다 연습경기에선 다리를 살짝 드는 폼으로 변화를 줬고, 타순도 2번으로 전진 배치됐다. 노시환은 "워싱턴 코치님 주문으로 레그킥도 하는데 노스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체크하는 중이다. 두 가지 폼으로 연습하면서 내게 맞는 폼을 찾고 있다. 코치님이 편한 폼으로 하라고 해서 시즌 때는 노스텝으로 칠 것 같다"며 "2번 타순도 낯설진 않다. 2번이라고 해서 감독님이 단타나 작전을 주문하시진 않는다. 감독님도 여러 가지 실험을 하시는 것 같은데 타순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자신 있는 스윙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노시환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훈련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비중이 크다. 수베로 감독의 극단적인 시프트 야구로 노시환은 자신의 포지션인 3루를 벗어나 유격수 자리도 종종 커버한다. 노시환은 "매구 수비 위치를 옮기다 보니 처음에는 어지럽고 복잡했다. 하지만 청백전부터 연습경기까지 실전에서 계속 시프트를 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볼카운트마다 몇 발씩 옮기는 것도 적응했다. 시즌 때 시프트가 맞아떨어지면 쾌감을 느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난 2019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노시환은 팀 내 최고 유망주. 리빌딩이 더딘 한화 팀 사정상 1군 데뷔가 빨랐고, 주변 기대치도 시작부터 너무 높았다. 당장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쾌활한 성격의 노시환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이런 심리적 부담감을 워싱턴 코치가 놓치지 않았다. 워싱턴 코치는 "넌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 경기할 때나 연습할 때나 위축될 필요 없다"며 노시환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다.
워싱턴 코치의 말대로 슈퍼스타가 되면 노시환도 하고 싶은 게 많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선배들의 특징 있는 동작을 기막히게 따라하는 '끼'가 있다. 그는 "요즘 야구 선수나 스포츠 스타들이 TV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신다. 나도 나중에 TV에 나가고 싶은 꿈이 있다"며 "야구를 잘해야 나갈 수 있다. 예능감이 좋다고 해서 부르진 않을 것이다. 대중들이 많이 알아야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야구를 잘해서 언젠가 복면가왕 같은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에 나가보고 싶다"는 포부를 말했다. 
특수 제작 가면을 쓰고 나와 노래를 부르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는 야구 스타들도 여럿 출연했다. 이종범(LG 코치), 황재균(KT), 손아섭(롯데) 그리고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요미우리)도 빅리거 시절 깜짝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모두 실력과 인기를 갖춘 스타 선수들이다. 노래 실력은 확실히 검증된 노시환이 야구 실력도 키워 복면가왕에서 가창력을 뽐낼 날이 올지 주목된다. /waw@osen.co.kr
노시환이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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