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수 앞에 유격수가 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한화의 파격 수비 시프트, 그 중심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축복받은 재능”이라고 극찬한 하주석(27)이 있다.
하주석은 21일 대전 LG전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연습경기 때부터 화제를 모은 한화의 포지션 파괴 시프트에 따라 하주석은 매 타자, 공 하나하나에 수비 위치를 옮겼다. 하주석은 좌측와 우측 외야 앞 부분까지 커버했다.
우타자 타석 때 좌익수 앞에 위치하던 하주석은 좌타자 김현수와 로베르토 라모스 타석 때는 반대편으로 넘어가 우익수 앞의 외야 잔디에 자리하기도 했다. 보통 시프트는 2루수가 우익수 앞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강한 어깨, 정확한 송구를 갖춘 하주석이 더 깊은 곳에서 수비했다. 수베로 시프트의 핵심이 하주석이란 것을 보여주는 장면.

내야수 출신인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에 대해 “유격수로서 굉장히 축복받은 재능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하주석은 수비가 안정적이다. 땅볼 타구를 처리할 때 타이밍 맞추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하주석은 그런 능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수비력은 리그 최상급으로 인정받는 하주석이지만 최근 몇 년간 타격에선 성장이 더디다. 수베로 감독이 추구하는 출루율도 통산 3할9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을 3번 중심타순에 고정했다. 연습경기에서 13타수 2안타 타율 1할5푼4리로 썩 좋지 않았지만 시범경기 첫 날부터 하주석의 타순은 3번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은 잠재력이나 나이대로 봤을 때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3번 타순에 넣는 것은 책임감을 가지란 의미”라며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타자인데 연습경기 기간 타구 질도 좋았다. 공수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기대했다.
한화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떠났다. 젊은 선수 위주로 전면 리빌딩을 시작했고, 이제는 하주석이 중심 선수로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 수베로 감독은 3번타자 유격수로 하주석을 공수에서 중용하며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단의 진정한 리더가 되길 바라고 있다.

하주석에 대한 믿음과 기대는 크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그에게 의지할 생각은 없다.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을 뒷받침할 백업 유격수로 2년차 박정현(21)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 감독 부임 후 구단으로부터 넘겨받은 영상을 통해 일찌감치 박정현의 가능성에 꽂혔다. 박정현은 아직 수비가 하주석보다 부족하지만 타격 솜씨는 만만치 않다. 수베로 감독은 그를 하주석의 견제 세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박정현은 이날 LG전에서 9회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수베로 감독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