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 돌아온 이영하(24·두산)가 토종 에이스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을까. 두산은 그 어느 때보다 2년 전 17승을 거둔 그 모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1차 스프링캠프부터 선발진과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올해는 (이)영하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지난 시즌 나란히 10승을 거둔 유희관과 최원준, 가을야구서 깜짝 호투를 펼친 김민규 등도 토종 에이스 후보로 적합했지만, 마음 속 1순위는 이영하였다. 이영하의 빠른 페이스 회복을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로 잡고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이영하를 향한 신뢰가 높은 건 다 이유가 있다. 2016 두산 1차 지명에 빛나는 이영하는 2018년 데뷔 첫 10승을 넘어 2019년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호투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우완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당시 통합우승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12 무대를 밟는 영예도 안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020시즌은 부진과 방황의 연속이었다. 19경기 3승 8패 평균자책점 5.52로 주춤했던 이영하는 반등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마무리 함덕주와의 보직 변경을 시도했다. 다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클로저로 변신해 23경기 2승 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04의 기록을 냈지만, 블론세이브 2개를 비롯해 한국시리즈서 2경기 ⅔이닝 4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다시 선발을 준비 중인 오프시즌 상황도 낙관적이진 않다. 1차 스프링캠프 도중 담 증세가 찾아오며 스케줄이 뒤로 밀렸고, 학교폭력 미투 사태 연루라는 외부 변수까지 발생하며 심리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전날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0이닝 3피안타 1볼넷 4실점의 부진 속 강습타구에 발을 맞고 교체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다행히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두산 선발진은 올해 사실상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라울 알칸타라, 크리스 플렉센의 동반 이탈로 외인 2명이 모두 바뀌었고, 남은 세 자리를 두고 이영하를 비롯해 최원준, 유희관, 김민규, 박종기, 함덕주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시 말해 상수보다는 변수가 많은 상태다. 외인의 실력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으며, 토종 자원들도 풀타임-10승을 확신할 수 있는 투수가 선뜻 없다. 김 감독이 이영하가 중심을 잡아야한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도 다행히 지금의 페이스라면 개막시리즈 전까지 준비가 완료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감독은 “현재 컨디션이 베스트는 아니지만, 개막 전까지 투구수, 구속이 모두 준비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올해는 자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지금 2년 전 17승 투수의 재림이 간절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