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같은 ‘봄데’의 기운이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비아냥이 아니다. 텃밭을 갈아엎고 재정비한 롯데의 선수층이 롯데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롯데는 지난 22일 시범경기 사직 SSG전을 10-3 승리로 이끌면서 2연승을 달렸다. 연습경기 성적 7승1패까지 포함하면 3월에 치른 경기에서 승률 9할(9승1패)를 마크하고 있다.
롯데의 현재 질주는 주전급 선수들이 주축이 아니다. 지난 시즌 2군에서부터 착실하게 기량을 닦은 백업급 선수들이 현재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주전급 선수들의 경우 커리어가 어느 정도 쌓인 선수들, 루틴이나 컨디션 관리는 이미 정규시즌에 맞춰져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부터 시범경기 기간까지는 1군 엔트리 막차 탑승을 위한 백업급 선수들이 주로 컨디션을 끌어 올려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03/23/202103230135777853_6058c80c0d07a.jpg)
백업급 선수들의 기량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1군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과는 커리어 차이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롯데는 잠깐 반짝이는 듯한 분위기가 아니다. 백업급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해 주전급 선수들을 위협할 정도로 기량이 올라왔다.
성민규 단장 체제로 프런트가 개편된 이후 롯데는 2군 선수단을 물갈이 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 등 나이 면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든 1.5군급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그 자리를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로 채우며 경험을 쌓게 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현재 1군에 올라와 마지막 엔트리 경쟁을 펼치며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내야수 김민수, 배성근, 포수 강태율, 외야수 추재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김민수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김민수는 지난해 2군에서 55타점으로 퓨처스 타점왕을 수상하며 타격 잠재력을 뽐냈다. 기세를 이어 올해 1군 연습경기 8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21타수 9안타) 1홈런 7타점 OPS 1.253으로 타격 잠재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또한 주 포지션인 3루수에 더해 2루수, 1루수, 유격수 등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준수한 수비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지난 21일 시범경기 키움전에서는 1루수로 선발 출장한 뒤 유격수로 자리를 옮겨 유려한 수비 실력을 뽐냈다. 22일 사직 SSG전에는 2루수로 경기 도중 투입됐고, 타격에서는 결승 2타점 2루타 포함해 3타점 경기를 올리는 등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민수는 22일 “찬스에서 즐기고자 마음을 먹었는데 오히려 집중이 잘 됐다. 주자를 어떻게든 홈으로 부르고자 정확히 맞추려고 노력했고 좋은 타구가 나왔다.현재 타격감은 좋다”면서 “수비는 당연히 잘해야하는 것이다 캠프부터 여러 포지션을 오가는데 어디서 뛰더라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1군 엔트리 진입 의욕을 내비쳤다.
또한 포수 강태율 역시 지난해 1군 멤버였던 김준태, 정보근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단 연습경기에서 타격은 7경기 타율 1할7푼6리(17타수 3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수비력에서 일취월장했다. 지난 22일 SSG전에서는 추신수 특유의 스트라이크 존을 흔드는 프레이밍을 과시하며 칭찬을 받기도 했다.
추신수는 “상대 포수(강태율)가 보기 좋게 공을 잘 잡았던 것 같다”면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면서 ‘볼 같은 공을 왜 이렇게 잘 잡냐’고 장난식으로 얘기를 했다”면서 일화를 전했다. 강태율은 대선배의 칭찬을 듣고 “대단한 선수에게 칭찬을 받아 기쁘다. 프레이밍에는 자신 있었는데 직접 칭찬을 들으니까 더 뿌듯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유격수 자원 배성근과 연습경기 타율 5할(18타수 9안타)을 기록한 외야수 추재현도 조금씩 1군 엔트리에 들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허문회 감독은 이러한 백업급 선수들의 활약이 반갑다. 그리고 “정규시즌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고 말하며 백업 선수들의 깜짝 등용까지 염두에 뒀다.
롯데는 그동안 육성 시스템에서 낙제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일이다. 구단의 텃밭인 2군 자원들을 확실하게 육성해서 1군으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현재 롯데의 1군 선수층을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게 만들었고 예년과 다른 봄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백업급 선수들 한두 명의 반짝 활약이 아닌 선수단 전체를 강화시켜 강팀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