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변화무쌍한 수비 시프트가 시범경기 초반 화제다. 외국인 사령탑인 한화의 수베로 감독은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수비 시프트를 지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실 수비 시프트는 메이저리그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KBO리그에서도 낯선 장면은 아니다. 2017~18시즌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이끌었던 트레이 힐만 전 감독도 적극적인 시프트를 선보였다. 지난해 NC 다이노스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거포 좌타자를 상대로 3루수 박석민을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시프트를 과감하게 했다.
또 대부분 2루수들이 최형우, 김재환 등 발이 느린 좌타 거포가 나오면 내야에서 외야 잔디로 물러나거나, 김현수 상대로는 2루수가 1루쪽으로 많이 이동해서 땅볼 타구에 대비한다.

한화도 기본적으로 유격수, 3루수가 좌타자 상대로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당겨치는 좌타 거포들만 시프트 대상이 아닌 1~9번 타자 상대로 내야수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진다. 또한 같은 타자라도 볼카운트별로 위치가 달라진다.
선수 시절 명유격수로 활약한 류지현 LG 감독은 지난 21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덕아웃에서 직접 한화의 수비 시프트를 지켜봤다. 22일 수원에서 KT와의 시범경기에 앞서 만난 류 감독은 한화의 수비 시프트 질문을 받고서 자신의 생각을 과감없이 드러냈다. 2스트라이크 이전과 이후의 위치 변화도 설명했다.
![[사진] 21일 LG-한화전에서 한화 내야진의 시프트. / 스포티비 중계 화면](https://file.osen.co.kr/article/2021/03/23/202103230129775024_6058cd41752cd.png)
류 감독은 “수베로 감독이 시프트를 잘 정립한 것 같더라. 2스트라이크 이전에는 (수비가 가장 좋은) 유격수를 타구가 제일 많이 가는 쪽에 배치하는 것 같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흔히 타자들이 직구와 변화구 중간 타이밍에서 기다리다가 친다. 그러면 (당겨치는 타자도) 타구가 밀릴 수도 있다”며 “2스트라이크 이전에는 3루수가 유격수 자리에서 커버를 할 수 있다면,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유격수에게 넓은 범위를 맡기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섞어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NC는 김재환, 오재일 상대로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3루수 박석민의 시프트 위치가 바뀌었다. 류 감독은 “한화는 NC 보다 조금 더 확률적으로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류지현 감독도 스프링캠프 초반에 선수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시프트 주제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투수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류 감독은 “시프트는 확률이다. 우리가 조심하는 것은 투수들의 심리다. 시프트가 역으로 결과가 나올 때 투수가 굉장히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조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류 감독은 “한화이기에 시프트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LG가 작년에 하위권이었다면 어떤 변화라도 줬을 것이다. 하위팀이면 무엇이든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한화는 굉장히 바람직하게 결정하고 들어간 것이 아닐까 싶다. 방향성이 굉장히 좋아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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