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은 거의 모든 투수들이 이루고 싶은 로망 중 하나.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들이 매년 하루만 누릴 수 있는 영광의 무대다.
하지만 엉뚱하기로 유명한 ‘괴짜 투수’ 잭 그레인키(38·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겐 큰 의미가 없는 듯하다. 22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시범경기 등판 후 화상 인터뷰를 가진 그레인키는 개막전 선발등판에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그레인키는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으로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금도 관심없다”고 대답하면서 “조금 더 많이 선발등판할 수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32~35경기 정도는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 경기라도 더 나서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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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휴스턴은 내달 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그레인키를 확정, 발표했다. 2018년부터 3년 연속 휴스턴 개막전 선발을 맡았던 저스틴 벌랜더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라 그레인키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
그레인키는 앞서 4번의 개막전 경기에서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지난 2010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데뷔 첫 개막전 선발 영광을 안은 그레인키는 2016~2017년, 201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개막전 선발로 출격했다. 그러나 4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8.20으로 크게 부진했다.

특히 2019년 3월29일 전 소속팀 LA 다저스와의 개막전에서 3⅔이닝 7피안타(4피홈런) 2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난타를 당해 체면을 구겼다. 당시 다저스 개막전 선발이었던 류현진(토론토)이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했다. 그동안 그레인키의 성적을 보면 개막전 선발을 달가워하지 않을 만하다.
지난주 개인적인 문제로 캠프를 잠시 떠났다 돌아온 그레인키는 22일 마이애미전에서 열흘 만에 실전 등판을 가졌다. 4⅓이닝 동안 68개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1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시범경기 3게임 평균자책점 2.16으로 개막에 맞춰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만족은 없다. 그레인키는 “지난 2년간 슬라이더가 좋지 않았다. 감은 좋았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 움직임이 좋아도 제구가 안 되면 좋은 공이 아니다”며 “여전히 나쁜 공도, 좋은 공도 아니다”고 고민을 나타냈다. 그레인키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2019년 2할9푼8리, 지난해 3할8리로 치솟았다. 이날 마이애미전에도 슬라이더를 10개 던졌지만 적시 2루타 포함 안타 2개를 맞아 불안함을 남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