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 도전이 리허설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아무리 전력을 테스트하는 비공식 경기라 해도 거듭된 패배는 선수단 사기에 득이 될 리 없다.
두산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서 3-4로 패했다. 선발 최원준의 호투와 함께 호세 페르난데스, 정수빈이 나란히 2사 후 적시타로 리드를 가져왔지만, 6회초 장원준과 윤명준이 한 회에만 4실점하며 역전을 헌납했다. 연속 볼넷에 이은 역전 3점홈런 허용이 뼈아팠다. 6회말 1점 추격 이후 7, 8회 득점권 찬스서 모두 후속타가 불발, 시범경기 3연패가 확정됐다.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가장 불확실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라울 알칸타라, 크리스 플렉센, 오재일, 최주환 등 무려 핵심 선수 4명이 빠져나가며 마운드와 타선 모두 새판을 짜고 있다. 그동안 두산은 연례행사처럼 전력 유출을 겪었지만,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선수들이 이탈한 건 올해가 사실상 처음이다.

이에 예년보다 다양한 플랜을 들고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임했다. 성적보다는 테스트의 성격이 짙었기에 경기 결과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두산은 첫 연습경기였던 3월 1일 울산 KT전 강우콜드 승리 이후 내리 6경기를 내주며 1승 6패로 연습경기를 마무리했다.
문제는 연습경기의 거듭된 패배가 정식 리허설인 시범경기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범경기 역시 승패가 중요치 않지만, 경기를 내주는 과정에서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첫 경기서 선발 이영하가 난조를 겪다 강습타구에 발을 맞아 조기 교체됐고, 22일에는 에이스 역할이 기대되는 아리엘 미란다가 ⅔이닝 5볼넷 7실점의 극심한 제구 난조를 겪었다. 타격 페이스 또한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태다.
시범경기 3연패를 비롯해 두산의 오프시즌 10경기 성적은 1승 9패가 됐다. 23일까지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한 팀은 두산과 SSG뿐. 여기에 두산은 1승 뒤 9연패를 당했다.
모의고사를 망치면 수능날까지 계속 불안감이 이어지듯, 두산도 물음표가 가득한 상태서 개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속적인 리빌딩을 통해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대거 발굴해았지만, 상수보다 변수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테스트가 이뤄지고, 승리와도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다만, 승리도 패배도 잦으면 습관이 되기 마련이다.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시즌 최종 순위의 연관성이 크게 없다고는 하나 많이 이겨서 나쁠 건 없다. 그리고 지더라도 희망이 보여야 한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