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 소신 발언, “시프트 금지, 야구 발전에 도움될지 의문” [오!쎈 잠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3.24 06: 39

수비 시프트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미국 마이너리그의 시프트 폐지 추진과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23일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시범경기. 한화 3루수 박정현, 유격수 하주석, 2루수 정은원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활동량으로 수비에 임했다. 타구가 많이 와서가 아니었다. 상대 타자가 바뀔 때마다 타구가 올 확률이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수비 시프트 때문이었다. 세 선수는 동시에 자리를 이동하는가 하면 서로 자리를 맞바꾸기도 하며 타자를 압박했다.
이렇듯 한화 수베로호는 이번 시범경기서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국내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축적된 데이터와 수베로 감독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비공식 경기임에도 상대 타자에 맞는 맞춤형 시프트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구단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한화 이글스가 3일 경상남도 거제시 하청스포츠타운에서 2021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이른바 수베로 시프트의 핵심은 타구 속도다. 잠실에서 만난 수베로 감독은 “타구 속도가 빠른 곳에 수비수를 위치시킨다. 느린 타구의 경우 시프트를 쓰지 않아도 처리 반경이 넓어진다”며 “구단에서 제공해주는 데이터가 양과 질적으로 모두 마음에 든다. 영상 분석을 통해 내야수들과 미팅도 갖는다. 물론 투수 로케이션이 흔들리게 되면 시프트 역시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기준을 설명했다.
다만, 야구의 본고장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는 최근 이러한 시프트를 지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올해 더블A에서는 수비 시프트 제한이 시범 도입될 예정. 내야수 4명이 구역을 정해 투수의 투구 전에 구역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새 규정의 골자다. 또한 이들은 외야 지역으로도 이동할 수 없다. 마이너리그는 이를 통해 스피드업, 인플레이 타구 증가, 타율 증가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의 견해는 달랐다. “시프트 금지에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는 수베로 감독은 “난 올드스쿨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야구가 가장 좋은 야구다. 야구는 아기자기한 작전의 묘미가 있고, 그런 야구를 선호한다”며 “물론 야구를 더 재미있게 만들려는 시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게 야구를 더 좋은 스포츠로 발전시킬지는 의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다행히 마이너리그와 달리 KBO리그에서는 수비 시프트가 제한 없이 허용된다. 수베로표 시프트는 다가오는 새 시즌 한화 야구의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 한화 선수들 또한 감독의 주문에 따라 세밀한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이 수비에 대한 주문을 필드에서 잘 이행해주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내가 주는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또 필드에서 그게 서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승패와 관계없이 과정을 착실히 밟고 있다.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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