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귀화선수' 바그너의 도쿄대첩 회상, "내가 빠지자 이민성 역전골"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1.03.24 09: 08

한일전을 앞두고 과거 브라질 출신의 일본 귀화 선수 로페스 바그너(52)가 '도쿄대첩'을 떠올렸다. 
도쿄대첩은 1997년 9월 일본 됴쿄국립경기장에서 일본과 벌인 1998 프랑스월드컵 예선을 말한다. 당시 한국은 후반 20분 야마구치 모토히로에게 선제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38분 서정원의 헤더골로 1-1 균형을 맞춘 뒤 3분 뒤인 41분 이민성의 극적인 30m 중거리 슈팅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 축구전문 매체 '사커 크리티크'는 오는 25일 오후 7시 20분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의 통산 80번째 한일전을 앞두고 23일 당시 도쿄대첩에 출전했던 로페스 바그너와 독점 인터뷰를 가져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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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는 브라질 태생의 일본 귀화 공격수였다. 일본계 혈통이 아닌 선수로는 라모스에 이어 두 번째 일본 대표팀 선수였다. 원래 이름은 와그너 로페스지만 일본식 발음으로 바그너가 됐다. 바그너는 1998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1997년 9월 일본에 귀화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현재는 빌라 노바(브라질) 감독을 맡고 있다. 
바그너는 일본과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다투던 차범근 감독의 한국대표팀에는 골치였다. 우수한 개인 기량을 앞세워 한국 수비진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바그너는 축구팬들에게 한일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부로 꼽히는 도쿄대첩 당시 미우라 가즈요시와 투톱으로 출전했다. 도쿄대첩은 국내에서 시청률 56.9%를 찍기도 했다. 
바그너는 1-0으로 일본이 리드하던 상황에서 가모 슈 당시 감독이 자신을 교체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 나는 많이 뛰어 체력을 소모했기 때문에 생각하던 플레이가 불가능했다"면서 "당시 내가 경기장 안에 있을 때 한국에서는 두 명이 나를 항상 마크했다"고 떠올렸다.
실제 바그너는 최영일(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이민성(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이 집중 마크에 나섰다. 개인기가 출중했던 바그너를 막기 위해 내세운 전략이었다. 이민성은 바그너를 막다가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바그너는 "그런데 내가 벤치로 물러나면서 상대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이민성)를 올리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센터백을 한 명으로 넣는 3-5-2로 바꿨다"면서 "나는 위험을 느꼈다. 그 선수(이민성)는 더 이상 나를 마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공격에 참가했다. 골을 넣고 무승부로 가기 위해서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그 수비형 미드필더는 좋은 슈팅을 하는 선수였다. 벤치에 앉아 2분만에 그걸 느꼈다. 이거 어려워지겠는데? 그리그 그 선수, 분명히 등번호 5 선수(이민성)가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너무 슬펐다. 벤치에서 머리를 가로 저었을 정도다. 교체가 납득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결과가 분했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바그너는 "한국과의 1차전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특히 우리 서포터스인 일본 사람들 앞에서였기 때문"이라고 도쿄대첩 패배 순간을 씁쓸하게 떠올렸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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