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에서 확신으로? 단 1주일 만에 양현종 보는 눈이 달라졌다
OSEN 이사부 기자
발행 2021.03.24 16: 39

[OSEN=탬파(미 플로리다주), 이사부 통신원] 이제야 텍사스 레인저스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이 양현종의 참모습을 알아본 모양이다.
사실 양현종의 25일(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전 선발 등판이 발표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드워드 감독은 인터뷰에서 양현종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으면서도 그에 대해 반신반의했었다. 양현종 뿐 아니라 KBO리그 자체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양현종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처럼 일찌감치 높은 연봉에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스프링 캠프에 합류했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김하성은 시범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빈타에 허덕이고 있지만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은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며 그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있다.

[OSEN=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 이사부 통신원]첫 등판을 앞두고 양현종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다. /lsboo@osen.co.kr

하지만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을 구단이 투수진 보강을 위해 데려온 그저그런 외국인 선수로만 봤던 것 같다. KBO 리그에서의 화려한 기록들이 있었지만 그것 자체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다는 것과 자기가 직접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외국인 선수가 처음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와서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지만 2%가 부족했다. 그나마 양현종의 활용을 위해 매일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 회의의 결과가 결국 양현종의 시범경기 선발 등판으로 이어졌다. 물론, 다른 투수들이 줄부상으로 전력에 차질이 생기고, 선발이 확실시되던 선수들이 시범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줘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하게 양현종의 곁에서 그의 구질과 구종, 그의 경험과 배짱을 지켜본 코치들의 강한 주장도 한몫했을 것이다.
텍사스 우드워드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의 선발 등판을 알린 24일 화상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털어놨다. "처음에는 그를 확신할 수 없었다"고. 각종 기록들은 좋은데 뭔가 강한 인상을 못받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양현종이 신체가 건장하거나 운동선수처럼 생기지 않은 점도 그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양현종이 마운드에 올라 처음 만나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하나둘씩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서서히 그에 대한 믿음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는 "양현종은 파워피처가 아님에도 그의 패스트볼이 통한다. 상하 낙폭이 크고 회전이 빠르다. 켜맨드가 좋아 스트라이크를 잘 던진다"고 말했다. 이전 인터뷰에서는 이처럼 그의 피칭이나 구질에 대해 그냥 좋다고만 했지 자세하게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었다. 가장 4일 전 LA 다저스를 상대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날부터 조금씩 변했다. 
그러면서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은 또 마운드에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4만 명 넘는 관중이 지켜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전혀 두려움이 없이 던질 수 있다"며 그의 멘탈과 노련함도 칭찬했다. 이제야 우드워드 감독이 텍사스가 지금 당장 필요한 투수가 누구인지를 느낀 것 같다.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이 선발 등판에서 잘 던진다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잘 못 던져도 그가 다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끝났고, 우드워드 감독도 이제는 그에게 어느 정도 믿음이 쌓였다는 신호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로스트 합류나 선발 로테이션 합류는 양현종 스스로에게 달린 셈이다. 25일 선발 등판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만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 우드워드 감독이 캠프 초반 그에게 가졌던 불신이 확실하게 사라질 것이다. /lsb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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