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서 극적으로 현역을 연장한 고효준(38)이 시속 146km의 직구를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모처럼 실전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 그는 후배들에게 “할 수 있다면 이뤄진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고효준은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고효준은 경기 후 “시범경기였지만, LG 1군 첫 경기에 임했다. 물론 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롯데와 재계약이 불발된 고효준은 1일 LG와 계약하며 극적으로 현역을 연장했다. 육성선수 신분으로 입단하며 오는 5월 1일이 돼야 1군 등판이 가능한 상황. 그러나 류지현 감독은 선수의 보다 빠른 1군 적응을 돕기 위해 이날 콜업과 동시에 등판 일정을 잡았다.
등번호 115번을 단 프로 20년차 고효준은 2-0으로 앞선 5회말 선발 앤드류 수아레즈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LG 유니폼을 입고 오른 첫 잠실 마운드였다.
선두 정수빈을 만나 초구부터 시속 145km짜리 직구를 뿌리며 동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후 연속안타로 2사 1, 2루 위기에 처했지만, 박세혁의 중전안타 때 홈에서 2루주자가 아웃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예상과 달리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 국해성을 변화구를 이용해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노련한 볼배합이 돋보였다. 이후 김재호를 풀카운트 끝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계범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5회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
고효준은 2-0으로 앞선 5회말 2사 1루서 김대유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첫 잠실 나들이를 마쳤다. 투구수는 26개. 비록 안타 3방을 맞았지만, 여전히 145km 이상의 직구 구속을 뽐내며 재기 전망을 밝혔다.
고효준은 “LG 1군 선수들과 처음 함께 해봤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알아서 충실하게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응집력이 있어 보인다”고 LG에서의 새 출발 소감을 전했다.
고효준의 올해 나이 38세. 롯데에서 방출의 아픔을 겪은 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2월까지도 새 팀을 구하지 못하며 은퇴 위기에 몰렸지만, 3월의 첫날 LG라는 새 둥지를 극적으로 찾았다. 그리고 이날 그토록 원했던 실전 경기를 치렀다.
고효준은 “좀 더 선수생활을 해본 내가 감히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뤄진다는 메시지다”라며 “같이 이런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한다면 팀 성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잔잔한 울림을 줬다.
새 식구가 된 트윈스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고효준은 “2군에서 몸 관리를 잘해서 5월 1일 1군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팬들 앞에서 부상 없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