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양현종보다 낫다".
KIA 타이거즈 고졸 루키 이의리(19)가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괴물같은 투구로 팀 마운드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25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광주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72구를 던지며 7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의 역투를 했다.
경기전 맷 윌리엄스 감독은 이의리의 투구를 기대하면서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투구수와 이닝이었다. 정해진 투구수 75구 안에 5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선발투수 후보로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점이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였다. 연습경기에서 5이닝을 던진 적은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구수이다. 경기 상황에 따라 이닝은 조정할 것 같다. 이닝 소화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시범경기 마지막에는 6이닝 까지 갈 수 있는 것을 원한다. 오늘 5이닝, 마지막은 6이닝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의리는 1회 23구를 던지며 아찔했지만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단순히 투구수와 이닝 뿐만 아니었다. 구위 자체로 선발투수의 존재감을 보였다. 최고 148km짜리 직구를 몸쪽으로 과감하게 찔렀다. 여기에 새로 배웠다는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높았다. 13개를 구사한 커브의 궤적도 예리했고, 슬라이더는 3개를 던졌다. 고졸루키답지 않았다.
1회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 2개와 2사 만루까지 허용한 부분은 숙제로 남았다. 선발은 초반 투구수를 아끼며 상대를 강하게 몰아부쳐야 이닝이터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앞으로 상대 팀들의 분석과 공략, 4~5일 간격 등판 등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경기에서 6이닝 퀄리티스타트 능력까지 점검받는다.
경기 중계를 맡은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양현종의 볼은 타자 앞에서 솟구쳐 오르는 느낌을 줘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이의리는 위에서 내려 꽂는 느낌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늘 투구는 양현종의 신인 시절보다 나은 것 같다"며 웃었다. 충분히 양현종급이 될 수 있다는 칭찬이었다.

이날 이의리의 호투는 의문부호를 받고 있는 선발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KIA는 국내파 에이스 양현종이 빠지면서 현역 메이저리거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 원투펀치를 뒷받침하는 토종 선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파 가운데 10승 투수와 규정이닝을 소화한 선발투수는 없다.
올해 기대를 받는 임기영과 이민우는 작년에야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냈을 뿐이다. 그러나 고졸루키 이의리가 확실한 투구로 선발진 운용에 계산이 가능해졌다.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양현종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KIA는 좌완 선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로테이션에서 이의리를 브룩스와 멩덴 사이에 넣는 등 활용 폭이 넓어졌다.
더욱이 이의리의 호투는 임기영과 이민우는 물론 선발경쟁이 벌이는 장현식과 김현수, 김유신에게도 큰 자극제이다. 신인들인 이승재와 장민기에게도 마찬가지 효과가 예상된다. 이들이 올해 선발진과 중간계투진을 오가며 마운드를 담당한다. KIA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이의리의 호투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