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의 잔상은 없다. 멜 로하스 주니어(31·한신)가 일본으로 떠났지만 KT 타선은 여전히 막강하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32)도 순조롭게 적응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KT는 시범경기에서 유일하게 3할대 팀 타율(.304)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출루율(.396)과 장타율(.411) 모두 2위. 둘을 합한 OPS(.807)는 1위에 랭크됐다. 표본이 5경기밖에 되지 않지만 시범경기에서 지난해 못지않게 화력을 뽐내고 있다.
로하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강백호(.667) 조용호(.412) 알몬테(.375)가 시범경기 타율 1위, 3위, 5위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베테랑 유한준(.400) 박경수(.333) 장성우(.429)가 건재하고, 송민섭(.667) 신본기(.333) 등 백업 멤버들도 뜨겁다.

KT 이강철 감독은 “계속 이겨서 그런지 아직은 로하스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아직 더 봐야겠지만 점수를 많이 내는 것보다 내야 할 점수를 내서 지키는 야구를 하려 한다. 로하스가 빠졌지만 강백호가 있고, 유한준과 박경수가 자기 것만 해주면 괜찮을 것 같다. 알몬테도 지금처럼 연결을 잘해주면 타선은 괜찮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로하스의 대체자로 KT 유니폼을 입은 알몬테는 시범경기 5경기에서 16타수 6안타 타율 3할7푼5리 3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는 없지만 첫 4경기 연속 안타로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으로 고생하긴 했지만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3년간 통산 타율 3할1푼6리, OPS .859로 타격 솜씨는 확실히 검증됐다.

전임자 로하스의 성적이 워낙 좋았기에 이강철 감독은 알몬테에게 시작부터 부담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강철 감독은 “아직까진 똑딱이 같다”며 웃은 뒤 “알몬테에게 조금 더 바라는 게 있다면 2루타다. 알몬테 앞에 빠른 주자가 많아 좌우중간으로 2루타만 날려줘도 쉽게 득점할 수 있다. 알몬테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진 않는다. 마음을 내려놓고 있지만 그래도 홈런 15개는 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알몬테는 2018~2020년 일본에서 각각 15개, 10개, 9개의 홈런을 쳤다. 최근 2년은 부상으로 각각 49경기, 62경기 출장에 그친 탓에 홈런을 많이 터뜨린진 못했다. 2018년 첫 해 132경기 15홈런으로 중장거리 면모를 보여줬다. 일본보다 투수들의 수준이 한 단계 낮은 한국에선 홈런 개수가 늘어날 수 있다.
로하스도 지난 2017년 6월 KT 대체 선수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중장거리형 타자로 평가됐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16년 더블A~트리플A를 오가며 기록한 1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장타력이 급상승했다. 2018년 43홈런을 터뜨린 뒤 2020년 47홈런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MVP까지 거머쥐었다.

로하스는 지난 겨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알몬테와 같이 훈련하며 KBO리그 관련 조언을 해줬다.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도 알몬테와 같이 연습하면서 자기보다 낫다고 인정했다”며 치켜세운 뒤 “연습할 때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정말 좋다. 항상 진지하고, 장난스럽지 않다. 자기가 해야 할 것을 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어 보인다. 경기 때 집중력도 좋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좋을 것이다”고 믿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