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보다 중요한 벤투호 '냉정' 평가-비판 [우충원의 유구다언]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1.03.27 06: 07

 대한민국이 10년만의 한일전에서 참사를 당했다.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0-3으로 완패했다. 2011년 삿포로에서 당했던 0-3 패배가 되풀이 됐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일본에게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벤투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설상가상 유니폼 상의에 일장기가 새겨져 있다는 트집까지 나왔다. 물론 국민청원으로 이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이 이어졌다. 그 결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여전히 확진자 증가세에 있는 일본을 굳이 찾아가 경기하냐는 지적을 시작으로 이번 한일전은 여러가지 논란이 컸다. 더욱 큰 문제는 경기력이었다.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까지 계약된 벤투 감독의 리더십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올림픽대표팀, 각 소속팀과의 ‘소통’에도 문제를 드러낸 데다 경기력마저 실망스럽다. 
경기 시작부터 벤투호는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는 일본에 밀렸다. 코칭 스태프의 정보 수집과 전술 활용도가 크게 차이가 났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홍철(울산)을 투입하자 일본은 쉴새없이 그를 공략했다.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를 홍철과 경쟁을 시켰다. 공교롭게도 홍철은 경기 중 정신력을 통해 후반서 좋아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김영권(감바 오사카)는 팀 사정 때문에 올 시즌 첫 실전이었다. 대표팀 경력이 부족한 박지수와 호흡을 맞추는 것은 벤투 감독이 강조했던 것처럼 시간이 부족했다. 
한국축구의 젊은 희망 이강인(발렌시아)의 활용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리그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한 이강인은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다. 손흥민(토트넘)-황희찬(라이프치히)-황의조(보르도) 등 상대를 압도하는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벤투 감독과 코칭 스태프는 이강인-이동준(울산)-나상호(FC서울)에게 공격을 맡겼다. 
하지만 선수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벤투호는 전술 변화는 없었다. 기존 선수들에게 부여했던 축구를 선보였다. 결국 일본의 강한 전방 압박에 흔들렸다. 그리고 쉴새 없이 공격을 허용했고 3골이나 내줬다. 
선수 선발의 잡음 그리고 선수 투입 잡음 또 정신적인 부분도 흔들렸다. 일본이 강한 압박을 통한 한국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동안 벤투호는 후방에서 점유율 축구를 펼쳤다. 상대는 수비가 정비되기 전 빠르게 전방으로 이동하며 공격을 펼쳤지만 한국은 반대였다. 전방에 빠른 스피드를 가진 공격수들을 이용하지 못했다. 후반서 전형적인 타깃형 포워드 이정협(경남)을 투입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넘어간 뒤였다. 
여러가지 문제가 이어지며 패했다. 한일전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알고 있었다고 벤투 감독은 말했지만 경기장에서 발현되지 않았다. 또 지난 3년간 이어진 벤투 감독의 전술은 변함없었다. 
또 단순히 패배만 당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경쟁국가에게 한국 축구의 장점으로 패했다. 또 선수들의 매너문제까지 겹치면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까지 일년여 남은 상황에서 축구협회는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국 축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벤투 감독과 철저하게 분석하고 상의해야 한다. 외국인 감독의 임기보장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축구다. 또 성과가 없다면 성과를 만들기 위한 냉정한 현실평가도 절실하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