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선수들 생각에 먹먹했다. 트레이드가 발표된 다음 날, 류지현 LG 감독은 새벽 3시반에 잠에서 깼다.
LG는 지난 25일 두산에 내야수 양석환, 투수 남호를 내주고 함덕주, 채지선을 영입하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날 LG-두산의 시범경기가 끝나고 발표됐고, 경기 후 이별의 시간이 왔다.
류지현 감독은 "25일 경기가 끝나고 두 선수(양석환, 남호)에게는 보도자료 발표 보다는 먼저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 이미 양석환은 며칠 전 트레이드 루머를 듣고 류 감독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양석환과 남호는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LG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개인 짐을 챙기느라 선수들 중에서 제일 늦게 잠실구장을 떠났다고 한다. 류 감독은 "떠나는 선수보다 내가 먼저 야구장을 떠나면 안 될 것 같았다. 양석환, 남호 둘이 나가고 나서 운동장을 떠났다. 많은 시간을 보낸 선수들에 대한, LG 후배들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양석환, 남호에게 문자 메시지로도 마음을 전했다. 류 감독은 "경기 끝나고 기본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있다. 그때 못 한 얘기는 따로 문자로 보냈다. LG에서 함께 한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했다는 답장을 받아서 내가 더 고마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하고 많은 시간 같이 했던 양석환은 8년을 내 새끼처럼 같이 생활했던 선수다"라고 떠나 보낸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류 감독은 평소 4시반 정도에 일어나는데, 26일에는 새벽 3시반에 깼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불편한 것도 솔직히 있었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며 "트레이드라는 것이 코치 때는 서로 윈윈한다는 느낌이라면, 감독의 자리에서 보니까 그 이상의 것이 있더라. 현장 책임자로서 선수들 마음도 살펴야 한다. 선수들 마음이 안 다쳤으면 하고, 서운함이 없진 않겠지만 헤어질 때 잘 헤어져야 다시 볼 기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교감을 해서 선수들이 감정을 잘 추스르고. 두산을 떠나서 다른 팀에 가서 잘 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류 감독은 26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많은 시간을 떠난 보낸 선수들 이야기로 채웠다. 그는 "어젯밤부터 계속 생각한 것이다. 새로운 식구들 이야기는 오늘 지나고 내일 이야기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떠나 보낸 선수들을 말하고 싶어했다.
류지현 감독이 '내 새끼 같은 선수'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양석환은 "문자를 주셨다. 상황이 이래서 미안하고 함께 한 시간이 고맙고, 마음이 아프다고 하시더라. 8년 동안 가르침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많이 가르쳐 주셨다. 감사한 분이다. 섬세하고 선수들도 많이 따르는 분이다. 감사했던 부분이 많았다"고 감독의 마음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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