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컵대회에서 사상 첫 무실세트 우승을 노렸던 흥국생명이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반대로 무득세트 준우승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흥국생명은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오프시즌을 보냈다. '배구 여제' 김연경과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의 가세와 함께 제천 KOVO컵에서 조별리그 3경기 및 준결승을 모두 셧아웃으로 따내며 손쉽게 결승에 안착했다. 비록 GS칼텍스에 일격을 당하며 컵대회 사상 첫 무실세트 우승은 무산됐지만, 당시 컵대회임에도 흥국생명의 무실세트 정상 도전은 포스트시즌만큼이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약 6개월이 흐른 지금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흥국생명은 지난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26일 1차전에서도 0-3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이제 1패면 우승이 좌절되는 벼랑 끝에 몰렸다. 한때는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 실력을 뽐냈지만, 이젠 한 세트라도 따내야하는 절박한 처지가 됐다.

컵대회 때만 해도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막강했던 흥국생명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개막 10연승을 비롯해 4라운드까지 17승 3패를 질주하며 ‘절대 1강’의 위용을 마음껏 과시했지만,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자매가 학폭 미투사태로 이탈한 5라운드부터 브레이크 없는 추락을 겪었다. 결국 5, 6라운드서 2승 8패의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정규시즌 왕좌 자리를 GS칼텍스에게 내줬다.

단기전에서도 쌍둥이 자매의 공백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백업 세터 김다솔과 레프트 김미연이 이들을 대신하고 있지만, 기복이 심하며, 조직력의 핵심인 리시브와 세트가 흔들린 탓에 줄곧 끌려가는 경기를 치러야 했다.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서 2승 1패로 챔프전에 올라왔지만, 당시 2차전 1세트서 역대 한 세트 최소 득점(6점)을 경신할 정도로 경기력이 상당히 불안정했다. 그리고 정규시즌 챔피언 GS칼텍스를 만나 더욱 약점이 도드라지고 있다.
V리그 여자부 출범 이후 무득세트 준우승은 딱 한 차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이 현대건설에 3경기 연속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과 다른 점은 기업은행은 당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현대건설의 기세에 밀려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흥국생명이 역대 두 번째 불명예 사례로 남지 않기 위해선 오는 30일 3차전에서 분위기 반전이 시급하다. 다행히 3, 4차전은 홈구장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릴 예정. 플레이오프에서 인천 홈경기는 모두 승리했다. 비록 승리는 못하더라도 한 세트는 가져와야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의 체면이 선다. 세트를 따내야 상대도 흔들리고, 승리와도 가까워질 수 있다.
박미희 감독은 “3차전은 한 세트라도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 균형도 깨질 수 있다”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겠다”고 반격을 다짐했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흥국생명이 3차전에서 어떤 묘책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