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처음이에요.”
2021년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SSG 랜더스 투수 중 눈여겨 볼 선수가 있다. ‘옆구리 투수’로 팀 내에서 ‘잠수함’ 투수 박종훈(30) 보다는 높고, 사이드암 박민호(30)보다는 낮은 타점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다.
용마고 출신으로 2018년 2차 6라운드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채호(23)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투구 폼은 박종훈과 박민호 중간이다. 그래서 스스로 ‘언더 사이드’ 투수라고 한다.

이채호는 최민준(22), 조성훈(22)과 입단 동기로 올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원형(49) 감독이 제주도 스프링캠프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포수 미트를 향해 가는 공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SSG 마운드의 미래가 되길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그는 지금 기대를 받기 전까지 어려운 관문을 뚫고 왔다. 동기들이 상무에서 야구를 놓지 않고 있을 때, 이채호는 현역으로 군 문제를 해결했다. 최전방 GOP에서 근무했던 그는 군 복무 시기에 야구를 완전히 잊고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더욱 간절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
2월 초 제주도 스프링 캠프 때 이채호는 1군 경험이 전무한 신인이었다. 최민준과 조성훈은 2018년 1군에서 1~2경기 경험이라도 했지만 이채호는 전혀 없었다. 프로 1군 캠프 자체도 처음이었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그에게는 모든게 새로웠고 감사했다.
이채호는 “GOP에 있을 때 야구 생각이 많이 났다.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웨이트 뿐이었다. 운동 기구도 많지 않았다. 매일 야구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지금 내로라 하는 선배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2021년 정규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에게는 값진 경험이다.
연습경기, 시범경기 등판 자체가 그에게는 의미가 있다. 이채호는 캠프를 마치고 부산, 울산, 대구를 돌며 연습경기 동안 3경기에 등판해 4⅓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22타자를 상대해 안타 5개, 볼넷 3개를 내줬다.
그리고 시범경기 첫 날인 21일, 창원 NC전에서 아웃카운트 한 개도 만들지 못하고 2실점으로 애를 먹었다. 프로 1군의 쓴 맛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이후 25일 삼성전에서 1이닝 무실점, 26일 삼성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지만 실점은 없었다.
이채호는 프로 무대의 벽을 실감하고 있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있다. 그는 “시범경기 돌입 후 긴장감이 더 커졌다. 1군 등판이 처음이다. 긴장하니 제구도 흔들렸다. ‘감각을 잘 살려서 던져야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뜻대로 안됐다. 스스로 경험이 부족한 게 많이 느껴졌다. 그래도 감독님이 ‘마운드에 많이 올라가보면 된다’며 힘을 주셨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채호는 팀의 주축 투수가 될 잠재력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게 처음”이라며 귀중한 경험을 쌓고 있는 그가 올해 SSG 팬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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